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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눈꽃에 실려 퍼지는 녹차향에 세상 시름 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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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보성 땅은 보배로운 싹이 자라나는 곳/바다 안개는 늘 바람결에 실려와/이슬 맺힌 다섯 신선 봉우리에 차밭을 일구었네…./천하일품 녹차맛에 난 이땅을 더 사랑하게 되었네/ 오늘도 녹차 한잔에 모든 번뇌가 씻어지네….'(임용백 시인의 '보성다원에서')


겨울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요즘같이 눈이 잦을때라면 꽁꽁 얼어붙은 도로 및 잎마저 떨어져 앙상해진 나무와 황량한 들. 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는 여행길이 있다. 이 계절에 꼭 가야만 더욱 감회가 새로운 곳, 이 계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무언가를 만날 수 있는 여행 말이다. 전남 보성이 바로 그런 곳이다.

차디찬 도심속 일상에 묻혀 바쁘게 시작한 1월. 따듯한 녹차 한잔에 모든 번뇌가 씻어지고 희망찬 힘이 샘솟는다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사시사철 푸른 차밭에서 번지는 다향에 사람의 마음을 취하게 만드는 보성 차밭은 봄의'싱그러움',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하얗고 노란 차꽃'으로 계절마다 다른 멋과 향기를 뽐낸다.

그럼 녹차밭의 겨울 풍경은 어떨까. 최근 잦은 눈으로 인해 차밭 풍경은 180도 바꿔 놓고 말았다.


한겨울에도 초록의 빛을 발하는 녹색의 차나무 위로 순백의 신(神)의 손길이 닿는 순간 초록융단은 하얀 눈송이를 이고 서 산과 들,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성 읍내에서 영천리 율포로 이어진 18번 국도를 따라 조성된 35개의 차밭이 연출하는 녹차밭 설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봇재고개를 휘돌아 나갈 때 마다 언덕을 굽이굽이 감싸며 흘러내린 녹차밭이랑의 곡선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특히 영천저수지와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봇재다원 옆 다향각에 오르면 곡선과 볼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계단식 차밭을 따라 펼쳐진 설경의 장관을 맛 볼 수 있다.


산비탈의 굴곡을 따라 만들어진 차밭은 서 있는 위치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제각각 다른 절경을 만들어낸다.


보성이 한반도의 녹차밭이 된 배경은 천혜의 기후조건 때문이다. 군 문화 해설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보성은 물빠짐이 좋은 산성토양인데다 풍부한 강수량, 일년내내 안개 끼는 기후 등 3박자를 모두 갖췄다"며"특히 안개는 '타닌' 이라는 차의 쓴 성분을 막아 차 맛을 좋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봇재고개를 내려서 차 머리를 우측으로 돌리면 안방과 스크린을 달궜던 명장면을 만날 수 있는 보성 최대 차밭인 대한다원이 나타난다.


주차장에서 다원 입구까지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은 차밭기행에 나선 여행객의 묘미를 한 층 더 돋구어 준다.


하늘을 찌를듯 삼나무가 도열한 청록의 차밭이 밤새 내린 함박눈으로 은빛 차밭으로 변신했다.


연초록 잎이 싱그러운 봄날에 수녀와 비구니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CF를 찍었던 삼나무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나도 어느새 주인공이 된 듯 하다.


하얀 눈발이 날리는 차밭 계단을 오르자 하얀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한 차밭이 곡선을 그리며 파도처럼 일렁인다. 산비탈을 가득 메운 녹색 차나무 위로 사뿐히 내려 않은 눈꽃은 동화 속 풍경을 만든다.


추운 날씨에도 겨울 낭만을 즐기러 온 여행객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하얀 눈송이를 쓴 녹차밭을 배경으로 추억 담기에 여념이 없다.


추위도 잊고 눈 맞은 녹차밭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설록의 향'이 온몸을 감싸듯 눈꽃을 타고 번진다.


지금까지 눈으로 차 향을 만 끽했다면 이젠 입으로 차 향을 느낄 차례다. 옛말에 '차를 마시듯, 밥 먹듯 흔한 '이라는 뜻으로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우리 조상들 중에 차 문화를 즐기는 '차인'들이 많았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차인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술 자리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쉽게 흥분하고 정신이 혼미해져 화를 부르거나 건강을 해치지만,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침착해지며 건강도 돕는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차를 마시면 흥하고 술을 마시면 망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차밭 입구에 있는 녹차방에 들르면 따듯한 녹차 한잔으로 속세의 번뇌를 씻어 낼 수 있다.


시음료만 내면 인심 후하게 마시고 싶을 때까지 다기 가득 녹차를 우려먹을 수 있다.


다향 가득한 차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자 "차를 마시면 군자와 같이 삿 됨이 없는 맑은 성품을 갖는다"고 읊은 선승이였던 초의선사(1786-1866)의 말이 다향에 실려오는 듯 하다.


보성=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로 나와 29번 국도를 따라 화순을 거쳐 40분쯤 달리면 보성군이다.
△볼거리=득량만입구에 있는 율포 해수녹차탕이 유명하다.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지하 암반 해수에다 녹차 진액을 섞은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 탕안에서 고기잡이배 등 바다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인근에 있는 벌교에는 보물로 지정된 홍교를 비롯해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지인 중도방죽, 왜색 건물인 남도여관 등이 볼거리다. 봄이면 일림산 철쭉제와 다향제가 열린다.
△먹거리=보성엔 녹차 성분이 함유된 녹돈, 녹우 등 녹차음식이 많다. 하지만 대표먹거리는 벌교 꼬막이다.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을 정도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꼬막전, 꼬막부침, 꼬막전골, 꼬막 회 등 다양한 꼬막요리는 그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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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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