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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정몽구 고로 사랑 32년](2) 정몽구 회장의 ‘하동의 꿈’

1996년 회장 취임 일성 “제철사업 하겠다”
프로젝트팀 가동, 하동에 관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0년 후인 1994년 정주영 회장은 제3제철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해 7월 철강공업발전민간협의회에서 그는 “정부의 수급 전망이 현실성이 없는데다 독점 공급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기업이 제철소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부지까지 콕 찍어 부산 가덕도에 제3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수급 전망을 감안해 철강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제3제철 사업이 무산된 다음해인 1995년 5월. 통상산업부는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건설이 가능한 포철에 고로 1기를 신설해 달라”고 현대측에 요청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불과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수급 전망도 한심했지만, 이번에도 남의 집 아궁이만 지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해 9월 정 회장은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철강공업발전민간협의회를 통해 “2001년에 조강 부족량이 1000만t 이상이 예상되고 독점체제 방지를 위해 민간기업이 제철소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도 공급 과잉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철이 부족하면 포철에 고로를 증설하도록 해주면서 현대그룹이 제철소를 짓겠다고 하면 반대하는 정부측 태도에 정 회장은 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시 정권을 잡았던 김영삼 대통령이 1992년 대선 경쟁자였던 정 회장에게 정치적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1977년 현대종합제철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연산 10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립하겠다던 정 회장의 20년 가까운 ‘제철 도전’은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정 회장은 식지 않는 ‘가슴속 용광로’를 2세에게 건네줬다. 정몽구 회장은 1996년 1월 현대그룹 회장에 올랐다.


◆프로젝트팀 가동, 경남하동에 손길= 정몽구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취임사에서 “2000년대 국내 철강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우리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불가피하다”며 제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1986년 인천제철 대표를 맡으면서 철과 인연을 맺은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가 왜 그토록 제철사업을 하고 싶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 회장의 일관제철소 설립 구상은 즉각 실천에 옮겨졌다. 그는 종합제철사업 프로젝트팀을 발족했다. 그리고 이계안 당시 부사장에게 팀장을 맡겼다. 프로젝트팀은 종합기획실 인원을 비롯해 INI스틸·현대건설 등 관련 계열사 40여명의 핵심 직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부지 선정·자금 조달 등의 방안을 짜내는 역할을 맡았다. 프로젝트팀은 1996년 2월 당시 전남 율촌·경남 하동·전북 군산 등 세 곳을 유력 후보지로 선정했다.


정몽구 회장의 판단은 빨랐다. 그는 세 후보지 가운데 경남 하동을 마음속에 점찍어 놓고 있었다. 하동 갈사 간척지는 천혜의 입지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규모 철광석과 철강을 실어 나를 배가 접안할 수 있는 충분한 수심(23m)을 가진 바다와 인접해 있었다. 하동이 정 회장의 본관이라는 점도 더욱 애착을 갖게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팀은 몇 달 못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정몽구 회장은 하동에 일관제철소를 짓는다는 결심을 굳힌 후 비선조직으로 운영할 특수팀을 꾸리기로 마음먹는다. 이 조직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다. 총 18명으로 구성된 특수팀에는 INI스틸(현 현대제철)과 포스코·한보철강(현대제철이 인수)에서 온 베테랑급 인사들도 다수 있었다.


정몽구 회장은 우선 당시 국내영업본부 경기지역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동룡 전무를 방으로 불렀다. 그는 이 전무에게 “하동에 제철소를 지어야겠으니 나를 도와달라”며 특수팀을 맡겼다. 그에게 사실상 하동제철소 설립 준비의 총책을 맡긴 셈이다. 정몽구 회장이 이 전무를 특수팀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었다. 진주출신인 이 전무는 당시 김혁규 경남지사의 부산대 2년 선배로 친분이 두터웠다. 경남의 협조도 중요했지만 김 지사를 통해 당시 현대측에 적잖은 부담이 됐던 김 대통령에게 제철소 건립을 승인해 주도록 설득하려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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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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