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여야가 31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정면충돌로 치달았다. 일반예산과 분리해 진행되어온 4대강 예산 협상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한나라당은 강행처리 수순 밟기에 나섰고, 민주당의 '육탄저지'로 국회는 또 다시 몸싸움이 발생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강행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신성범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준예산 편성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일치된 생각"이라며 "강행처리는 최악을 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마지막 날인 이날 여야의 첫 정면충돌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발생했다. 한나라당은 오전 7시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안 강행 처리 방침을 세우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곧바로 민주당이 점거 농성 중인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에 들러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고, 민주당이 위원장석을 엄호하면서 육탄저지에 들어가자 "여기서는 회의를 진행하기 곤란하므로 회의장을 본청 245호로 옮겨 바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선포했다. 한나라당이 의총을 진행했던 245호실은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이 장소를 점거한 상태였다.
한나라당은 국회 속기사를 대동하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민주당 및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은 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처리한 새해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291조8000억원에서 1조원 증액된 292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예산안 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국토해양부에 편성된 3조5000억원 중 2800억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소하천 정비 1400억원 ▲국채 감액 1400억원으로 반영했다. 또 수자원공사 이자보전비용으로 책정된 800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했다.
예결위 정면충돌의 불씨는 곧바로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겨 붙었다. 전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놓고 이미 한 차례 충돌한 상태다. 예산안 단독처리를 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과 법사위회의장으로 발걸음을 돌려 민주당과 대치했다.
앞서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은 예산 부수법안 등 20여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사위원장에게 회의진행을 요청했다. 유 위원장은 그러나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법사위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까지 국세기본법과 상속세, 증여세, 개별소비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부가가치세법, 지방세법, 조세범처벌법,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관세법 등 모두 9건에 이르는 예산 부수법안 등을 심사기일을 지정,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예결회의장을 변경해 날치기 한 것은 불법이고 원천무효"라며 "온 몸을 던져 막겠다"고 말해 본회의장에서의 격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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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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