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빵·제과 등 2차 가공품값 상승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렇게 (설탕값이) 올라가다간 어디까지 갈 지 모르겠어요. 벌써 내년이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한 식품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설탕의 주원료인 원당 값이 그 끝을 모를 정도로 치솟으면서 식품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탕값의 폭등으로 제당업체 뿐만이 아니라 제빵, 제과, 커피 등 2차 가공업체까지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다우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런던국제선물거래소(LIFFE)에서 설탕 가격은 3.9% 오른 t당 663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1983년 최초 상장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해 들어서는 120% 오른 수준이다. 뉴욕 선물거래소(ICE)에서도 원당의 내년 3월 인도분 가격이 전일보다 2.9% 오른 파운드당 26.69센트를 기록, 3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155% 상승했다.
이 같은 국제 설탕가격 폭등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인도의 흉작으로 설탕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마저 작황이 부진해 대규모 공급부족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설탕가격이 또 다시 인상될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설탕값의 인상은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2차 가공품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식료품 상승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통시장에서는 설탕가격의 인상을 기정사실화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당업계는 고민에 휩싸여 있다. 원당의 제조원가 비중이 80%를 넘는 원가구조 하에서 큰 폭의 원가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설탕값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여론의 질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설탕값을 15.8% 올린다는 안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8월에 들어서 8.9%를 올릴 수 있었다.
한 제당업계 관계자는 "국제 설탕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최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제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50% 이상 설탕값을 올렸지만 국내 설탕가격은 지난 8월 이후 추가적인 가격인상은 없었다"면서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협조코자 가격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영업이익의 적자폭이 확대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더 이상은 업체에서 감내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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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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