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재테크' 이젠 옛말
합리적 사고방식 무장
노후자금 마련 등 중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 상계동에 사는 이모(40)씨는 최근 살던 임대아파트의 기한이 만료돼 전세를 구해 이사했다. 이 씨는 대출을 좀 받으면 서울 외곽 지역에 내 집마련도 할 수 있지만 관심이 없다.
이 씨는 "은행 이자를 갚느라 고생하느니 그 돈으로 가족을 위해 좀 더 투자하고 싶다"며 "이사를 자주 하지만 큰 불편이 없고 무엇보다 아이의 장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노모(33)씨도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내집 마련 계획이 없다. 청약 저축 대신 펀드 가입을 선택해 매월 30만원씩을 붓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신부를 설득해 장기임대아파트를 구해볼 생각이다.
노씨는 "앞으로 무조건 집을 사놓으면 값이 뛰어 돈을 버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며 "이자 등 비용을 합리적으로 따져 보면 목돈이 없는 이상 집 장만 보다는 펀드 투자나 저축이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내집 마련'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더이상 저소득층이나 서민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앞의 사례처럼 '화이트 칼라'로 안정적 직업을 가진 이른바 '중산층'들이 주택 소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발표된 2008년 국토해양부 주거실태조사 결과 최근 전 소득계층에서 자가 주택 가구의 비율이 늘었지만(2006년 55.57%→2008년 56.49%), 이례적으로 중소득층만 2006년 55.29%에서 2008년 54.70%로 -0.59% 줄었다.
대신 중산층들이 임대 주택에 사는 비율은 44.71%에서 45.3%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무엇보다 요즘 중산층들의 합리적ㆍ개인적 소비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좇기보다는 꼼꼼히 따져 봐서 합리적 재테크를 선택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주택 소유 비용을 쓰는 대신 가족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노씨는 "은행 대출로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 돈을 가족 전체의 생활비로, 나머지는 노후 대비 투자 및 취미 생활로 쓰려고 한다"며 "콘크리트 덩어리를 끼고 앉아 막연히 노후 자금을 걱정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3년새 수도권의 집 값이 20% 가량 급상승해 내 집 마련 기간이 길어지고, 경제 침체에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비싼 사교육비 등 생활비는 늘어나는 등 경제 상황도 중산층으로 하여금 내집 마련을 유보하게 한 요인이다.
또 '두바이의 몰락' 등 세계적 부동산 버블 붕괴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도 언제 붕괴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110%대를 넘고 있는 주택보급률과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등에 따라 이제는 주택이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서울 이촌동 지점 고영재 PB팀장은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은 어느정도 고점에 이르렀고 향후 큰 폭의 상승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며 "주택 구입보다는 수익률과 주식 시장의 상황을 꼼꼼히 따져 펀드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합리적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