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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발등의 불은 껐는데...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두바이 채무위기? 걱정마라. 큰형님 아부다비가 도와줄 것이다"


13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두바이에서 25년을 산 원로 교민의 말이다. 두바이 국영기업 나킬의 41억 달러 규모 이슬람채권을 만기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여전히 두바이의 금융상황은 어느 금융전문가도 확신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매일의 경제뉴스를 찾아 챙겨보지는 않을 듯한 교민 아주머니 A씨(64)는 두바이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주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두바이에 오래 살면서 아부다비-두바이 관계 등에 대한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아부다비의 '현금 다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또한 중동지역에서 전쟁이나 혁명, 국유화 등 역사적 계기가 있을 때마다 두바이로 몰려들던 사람들의 행렬을 직접 목격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아부다비기 두바이를 내버려두기에는 두바이가 너무 크다는 '대마불사론'이 나오기도 했다. 또 지금 당장은 두바이가 어렵겠지만 두바이가 보유한 특유의 자산인 개방성과 중동지역 허브로서의 기능도 결코 평가절하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많았다.


◇ 한숨 돌린 두바이, 위기 끝내나?


일단 두바이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바이가 한숨을 돌렸을 뿐, 아직 두바이의 위기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듯하다.


아부다비의 지원액 100억 달러는 두바이월드 전체 채무(약 590억 달러)는 물론이고, 채무조정액(260억 달러)에 비해서도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당장 100억 달러가 두바이로 들어오면 그동안 대금을 받지 못했던 기업들은 "이번에는.." 하면서 기대를 걸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14일 오전 두바이 정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아부다비로부터 들어온 100억 달러가 두바이월드만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두바이 최고재정위원회의 셰이크 아흐마드도 밝혔듯 두바이의 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이기도 했던 '투명성'과 '투자자보호'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셰이크 아흐마드가 비록 '우리의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어디까지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바이를 믿고 다시 돌아올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셰이크 아흐마드 자신도 이날 "오늘의 조치는 두바이가 '투명성'과 '굿 거버넌스', 그리고 '시장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준다"고 말해, 두바이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숙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고백했다.


◇ 아부다비-두바이 관계변화 불가피할 듯


아부다비의 100억 달러 지원 이후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에 급격한 관계변화도 예측된다.


이미 아부다비는 올해 2월 두바이 정부가 발행한 100억 달러의 채권을 모두 사줬으며, 지난달 24일에도 50억 달러의 채권을 두 개의 시중은행을 통해 모두 매입해 줬다.


UAE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한 유동성을 제외하더라고 올해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이날의 100억 달러까지 포함 총 250억 달러를 빌려줬다.


'큰형님' 아부다비의 '동생'에 대한 자혜로운 도움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양 토후국 관계에도 엄연히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는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1억 달러 규모 나킬의 이슬람채권 만기일인 14일. 두바이금융지원펀드에 10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결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UAE 정부 관리들은 100억 달러 지원에 '합의'했다고 말해 양 토후국간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 직전의 상황도 이러한 정황을 추측하게 한다.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는 지난달 22일 두바이에 많은 채권을 보유한 영국으로 날아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났다. 그리고 24일, 두바이 정부는 아부다비의 두 은행(내셔널뱅크오브아부다비, 알 힐랄 뱅크)로부터 50억 달러를 조달한 이후 바로 다음날인 25일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두바이의 한 금융전문가는 "아부다비가 이왕 도와줄 것이었으면,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꼭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한편 서방언론들은 이미 지난해 아부다비가 두바이를 지원할 것을 예상하면서 두바이의 경제적 자율성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줄'(invisible string)도 지원자금과 함께 따라들어 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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