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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배우 류승룡이 독기를 품었다. 3일 개봉한 영화 '시크릿'(감독 윤재구, 제작 JK필름)을 보면 류승룡의 뛰어난 연기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무시무시한 악당 재칼이다. 조직의 2인자인 친동생을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잃고 나서 현장에 남은 단서들로 범인을 찾아가며 형사 성열(차승원 분)의 목을 죄는 인물이다.
"고민 많이 했습니다. 1986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고민 많이 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은 대체로 활자에서 90% 정도 캐릭터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신선한 악역 보여주고픈 의무감에 앓았다"
연기파 배우로 소문난 류승룡이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의 난이도가 높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기존의 훌륭한 악역을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신선한 악역을 보여주고 싶은 의무감에 끙끙 앓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스릴러에서 악역은 긴장감을 만드는 것이잖아요. 더군다나 차승원처럼 겉모습이 크고 강한 사람이 공포를 느껴야 하는 인물이어야 하니 더 부담감이 생겼죠.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재칼이 나오기만 해도 긴장이 나게끔 해야 하니 더 스트레스였죠. 여기에 제 모든 걸 다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크릿'이 윤재구 감독의 작품이라면, 재칼은 류승룡의 작품이다. 원래 저음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재칼을 위해 목에 피가 날 정도로 성대를 긁어서 더 낮은 저음이 나도록 만들었다. 류승룡의 창작물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악당의 저음뿐만이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라는 루왁커피 원두를 씹는다거나 승마할 때 내는 '칙' 소리를 내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루왁커피는 자연상태의 커피열매를 사향고양이가 먹고 소화시켜 원두만 남긴 배설물을 씻어서 볶은 고가품이다.
$pos="C";$title="류승룡";$txt="영화 '시크릿'에서 재칼 역을 연기한 류승룡";$size="550,366,0";$no="2009112710405435287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저는 연출자의 의견을 최대한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 다음 제 아이디어를 내놓죠. '시크릿'의 재칼은 발가벗겨진 인물이었어요. 윤재구 감독이 옷은 저보고 알아서 입히라고 했던 경우였죠. 윤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만든 캐릭터입니다."
◆ "'시크릿'으로 정점 찍고 싶다"
일찍부터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은 그는 거의 20년이 지난 후에야 영화로 옮겨왔다. 시작은 늦었으나 상승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다. 20년간의 내공이 헛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2004년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에서 단역으로 출발한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열한번째 엄마' '내 사랑' 등에 출연하며 순식간에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연기를 하다 보면 부러운 역할이 있잖아요. 내가 인지도만 높았으면 그런 역할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죠. 다른 건 아쉬운 게 없는데 좀더 열심히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시크릿'의 재칼은 사실 모험에 가까운 역할이었어요. 제가 놀 수 있는 터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이죠."
연기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조금씩 입금되는 숫자가 커질 때"라고 농담을 건넨 뒤 "제가 출연한 작품이 반응이 좋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때"라고 답했다. 영화 '시크릿'으로 행복한 순간의 정점을 찍고 다시 올라가고 싶다는 것이다. 일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영화 '시크릿'을 본 관객들은 이미 '류승룡 연기'의 정점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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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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