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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재혼 생각, 전혀 없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고현정과 입담으로 이기겠다는 마음은 애초부터 버리는 게 좋다. 단순히 '말솜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유머와 위트의 수준으로 치면 그보다 훨씬 재치 넘치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테고, 그보다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사람을 따지자면 유람선 몇 대도 부족할 것이다. 고현정에겐 화술 이상의 것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유머와 재치, 지성과 지혜, 자신감을 겸비한 고현정은 심지가 보통사람보다 몇 배는 굵은 사람이었다.


영화 '여배우들' 개봉을 앞두고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식당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172센티미터의 키가 간결한 검은색 의상과 함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큰 키가 주는 압도감은 그만의 아우라와 함께 고현정이라는 이름을 커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부드럽고 여유 넘치는 '포스'였다.

사생활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질문에도 고현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주저 없이 답했다. '무릎팍도사'에서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자친구 따윈 만들지 않는다"며 "그냥 남자로만 만난다. 만나는 남자들은 늘 있다"고 시원한 답을 내놓았다. 재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이 시각까지는 전혀 없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여배우들'은 고현정의 네 번째 영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패션지 화보를 찍기 위해 모인 여섯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현정을 비롯해 모두 실명으로 나온다. 다큐멘터리로 위장하는 '가짜 다큐멘터리' 장르는 아니지만, 허구이기 때문에 관객은 실제와의 유사성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 속 모습이 실제 모습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영화를 못 봐서 정말 모르겠다"고 웃어넘겼다.

캐릭터 포스터에서 고현정에게 주어진 키워드는 '스캔들'이다. 그는 "스캔들 없는 게 더 우울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이미 다 알려져 있으니 사생활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고 간단히 정리했다. 아울러 "주위의 도움과 행운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가십을 너무 멀리 하면 안 되는 것 같다"고 허를 찌르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또 지나치게 사생활을 감추는 후배들에게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분리되는 순간을 즐기는 건지, 스파이처럼 살고 싶은 건지 잘 구분하고 욕망을 가져라"라고 의미심장한 조언을 남겼다.


이혼 후 한동안 신비주의를 떠올릴 만큼 두문불출했던 것에 대해서도 웃으며 회상했다. "너무 소탈하게 행동하는 것도 가증스럽지 않았을까. 억울할 것도 오해일 것도 없다. 그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는 답이 이어졌다.



카메라 앞에 다시 선 고현정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최상의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선덕여왕'은 이 명제를 참으로 만드는 좋은 예다. 모두가 칭찬해마지 않는 연기력에 대해 자신만만할 것만 같지만 "모든 출연작을 모니터하는데 내 연기를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혼 전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컴백 후 최근 출연작에서 고현정은 한층 물이 오른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두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대답은 '아마도'이다.


"결혼생활은 100% 제가 얻은 부분만 있어요. 연기의 자양분이 된 게 맞죠. 정말 많이 깨지고 부딪혔어요. 나름 다이내믹했죠. 아이가 있는 여배우들은 모두 저만의 느낌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전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니까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드는 데 조심해야죠."


고현정은 대인배다운 풍모를 풍겼다. 치밀함과 느슨함을 영민하게 교차시키는 신중함, 신중함을 가리는 재치 넘치는 유머, 유머 속에 숨어 있는 배려, 배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영민함이 수시로 교차했다. 종종 솔직함을 넘어 위험한 수위까지 이를 듯하다가도 영리하게 빠져나갔다.


유난히 이동 폭이 넓은 눈썹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표정은 상대방을 설득시킬 만한 감정적인 호소력이 있다. '하늘의 도움이 조금 필요합니다'라고 말할 때 미실이 움직이던 얼굴의 근육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배우' 고현정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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