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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인저리 타임

여유있게 이기고 있다면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 없어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축구 경기의 인저리 타임을 떠올려보자. 상대팀에게 뒤지고 있다면 역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만큼 죽기 살기로 공격을 하겠지만, 여유있게 이기고 있는 팀이라면 서서히 공을 돌리면서 시간을 끈다.


어차피 다 이긴 게임이라면 인저리 타임에 괜히 무리하게 공격하다가 실책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공격에는 철저히 수비하되 절대 무리한 공격에 나서지 않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전략이자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내증시와 축구경기를 비교한다면 올해 단 한달을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은 어찌보면 인저리 타임에 돌입했다고도 볼 수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이후 가파른 랠리를 펼쳐왔고, 주가만 놓고 보면 지난해의 금융위기에서 훌륭히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상대팀을 여유있게 이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연말랠리 혹은 산타랠리 등을 떠올린다면 인저리 타임이 단순히 공을 돌리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또 한차례의 점수를 내기 위한 시간이라는 반박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선수들이 상당히 지쳐있다는 점, 즉 최근 들어 주식시장의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됐고 시장에서 기대할 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새로운 모멘텀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단순히 그동안 쉬었으니 이제 오를 때가 됐다고 무리하게 공격에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얼마 전 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올해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나름대로 짭짤한 수익을 봤다며, 연말까지는 좀 쉬고 내년부터 다시 투자에 나설 계획이란다.


올해를 넘기고 내년이 되면 시장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연초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매년 같은 각오를 다지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랠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무리한 공격을 피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시장의 수급과 무관치 않다.
현재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식을 사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분위기를 확 띄워놨지만 국내증시는 전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 증시가 상승할수록 투자자들은 환매를 늘리며 기관의 매물이 확대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어 당장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세를 펼쳐줘야 하지만, 외국인 역시 오는 27일 블랙프라이데이 이후의 연말 소비 회복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관망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나마 베이시스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면서 예전과 같이 프로그램 매물에 휘청거리는 일이 줄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프로그램 매매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시장의 방향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기대를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60일 이동평균선에 거의 근접한 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60일 이평선의 저항이 강하다는 뜻이며 국내증시의 체력이 약하다는 얘기다.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당분간은 60일 이평선의 회복 시도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안착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60일선 안착을 확인한 이후에 적극적인 매매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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