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리즈 위더스푼의 깜찍한 금발 법대생 연기를 기억하는가. 지난 2001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은 영화 '금발이 너무해'가 브로드웨이를 거쳐 한국에 뮤지컬로 돌아왔다.
호들갑이 넘치고 화려한 볼거리가 난무하는 이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실제로 본 무대는 생동감과 상큼함, 그리고 '핑크색'은 넘치지만 기대보다는 조금 평범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유자로 학교에서 남자들은 물론 같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만점이다.
장학생이자 캠퍼스 캘린더 모델이기도 한 그는 소위 말하는 '엄친딸'. 심지어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친구 워너가 있어 그야말로 짜릿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친구 워너로부터 외모는 너무 완벽하지만 상원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진지한 여성'을 만나야 한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는다.
감당할 수 없는 이 사실에 엘은 방에 틀어박혀 엘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금지 품목인 초콜릿에까지 손을 대고 만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화와 오기가 치밀어 오른 엘. '내가 뭐가 부족해서?'라며 워너가 원하는 진지하고 똑똑한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들어갈 것을 결심한다.
사랑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학교에 들어가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지만 의외로(?) 이것이 적성에 맞는다. 재판 과정에서 엘의 패션과 미용에 대한 지식들이 총 동원되기도하며 한 편의 깜찍한 소동극이 벌어진다.
무비컬의 가장 큰 숙제가 영화와 같은 스토리로 색다른 무대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아직 좀 더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게 펼쳐진 엘의 입학과정은 주변인물들이 춤을 추고 노는 동안 엘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으로 다소 평면적으로 표현됐다.
또 속속 등장하는 조연들도 아직 확실한 캐릭터를 잡지 못해 하버드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면 100명의 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아랍왕자'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웃음도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의상도 무대도 다소 미완성의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엘의 상상속에서 등장하는 친구들도 극에 큰 탄력을 주지는 못했다.
반면 영화 속에서 비디오로 제출됐던 자기소개서 부분은 무대에 옮겨지면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엘과 친구들이 치어리딩과 마칭을 하며 색다른 자기소개를 펼친 활기찬 무대는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엘을 연기한 이하늬는 가창력과 춤 실력은 뛰어났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엘의 '푼수끼' 표현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너무도 재기발랄하고 귀여웠던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와 비교돼서일까. 애교와 익살을 부리는 부분에서는 그 매력이 반감됐다. 하지만 춤을 추고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넘쳐흘렀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후광을 입은 이 작품은 영화의 상큼한 매력은 잘 살려냈다. 하지만 뮤지컬 장르의 특성을 살린 깜짝 놀랄만한 무대, 독특한 표현 등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스토리적인 재미는 이미 영화에서 맛 본 관객들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한편 엘의 애완견 브루저로 출연한 치와와는 관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주인공 엘 역에는 제시카 김지우 등이 번갈아 연기한다.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된다.(02-738-8289)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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