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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下手는 현실에 안주한다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24시간. 하루에 주어진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그러나 쓰는 방법은 다릅니다. 천차만별입니다.


물리학에서 위대한 유산을 남긴 아인슈타인. 그에게 하루 동안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었습니다. 세계인의 부러움을 살 만큼 부(富)를 일군 빌게이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아침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 선수를 마라톤의 손기정 선수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무결점에 도전하고 있는 그녀에게도 하루 24시간 이상의 특혜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같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문제는 시간의 사용법이었습니다. 잘 쓰는 사람이 있고 낭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富도, 명예도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의 편에는 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잘 쓰는 사람에겐 시간이 늘 모자랍니다. 반면 낭비하는 사람에겐 항상 시간이 남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잡념이 머무를 틈이 없습니다. 불평, 불만을 늘어놓을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설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입니다.

그런데 시간 낭비벽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고, 한곳에 생각을 고정시키지 못합니다.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허송세월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겼을 것입니다.


시간은 한번 쓰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간의 화살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지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것-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미래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시간은 낭비되기 십상입니다. 목적지를 모른 채 길을 가면 엉뚱한 장소에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의 사용법이 중요한 것이고 생각을 어디에다 고정시켜 놓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갈라지게 돼 있습니다.


지난주 인사동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사동 골목. 그곳은 적은 돈을 쓰고도 골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아 좋습니다. 청국장, 생태탕을 비롯 막걸리, 녹두전, 빈대떡 등 고향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를 마음껏 골라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10명 정도만 들어가도 꽉 차는 좁은 공간의 찻집들이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도자기, 그림, 골동품 등 볼거리도 적지 않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줄을 지어 쏘다니는 젊은이들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바로 삶의 현장’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서민의 정취와 젊음, 한국의 혼이 함께 숨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을 거닐다가 시선을 멈춘 곳이 있었습니다. 사주팔자, 궁합, 운세를 보는 길거리 철학자(?)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었습니다. 쉴 틈이 없었습니다. 빈말이나 다름없는 예언을 듣느라 정신들이 없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젊은 남녀들도 있었고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는 중년 노신사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신기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는 외국인들도 있었습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깔깔 웃어대며 재미삼아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만하면 도로상의 철학자는 인사동 관광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곳을 찾는 사람을 나무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문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하늘에서 운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운명이 우연에 의해 결정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운이라는 것을 자기편으로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운을 자기편으로 만들자면 그만큼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사람에게 운도 따라 붙게 돼 있지 않겠습니까?


청년백수가 사상 최대라고 합니다.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운 유행어가 아닙니다. 할 일이 없어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입니다. 15세에서 29세까지의 인구가 1년 전보다 23%나 늘어난 현상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제활동인구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불황 탓에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니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은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약해진 경제의 동력을 걱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불투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사는 게 팍팍하니 우연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보고 싶은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둑을 둘 때 상수(上手)는 판세를 먼저 읽습니다. 그러나 하수(下手)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먼저 계산합니다. 시간의 사용법에도 상수가 있고 하수가 있습니다. 하수는 눈앞의 현실에만 안주하고 초조해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상수는 분명한 목표를 세워 생각을 고정시키고 시간을 죽이지 않습니다. 하수는 우연에 몸을 기대지만 상수는 필연을 믿습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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