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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영화 '파주'에서 주연배우만큼이나 눈이 가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은모(서우)의 언니이자 중식(이선균)의 부인인 은수 역의 심이영이다.
영화 초반, 지친 삶에서 방향을 잡지 못해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까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중식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 하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런 인상적인 모습은 영화 자체의 매력, 캐릭터의 매력도 있지만 배우 개인의 매력이 더 큰 것 같았다. 실제로 만난 그는 역시 남달랐다.
"둘째라 그런지 욕심이 많아요.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이 있어요. 정말 말썽도 많이 피우고 그랬는데 부모님의 사랑이 크고 마음이 넓으세요. 학창시절에는 '눈에 띄게' 학업에 흥미가 없었죠. 제과기술도 배워보고 회사에 들어가서 경리일도 해봤어요."
그의 20대 초반은 '실의'로 정의된다. 어느 것 하나 마음을 잡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사람의 권유로 우연히 들어선 배우의 길에서 난생 처음 즐거움을 느꼈다.
"별 생각없이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즐거움이랄까, 그냥 막 열정같은 것이 느껴지는 거예요.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겠다. 가족들의 아무런 도움없이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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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으로 영화계에 입문했지만 일이 생각만큼 술술 잘 풀리지는 않았다. 이후 '묻지마 패밀리' '파송송 계란탁' '열혈남아'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쌓았고, '파주'와 박찬옥 감독을 만났다.
"감독님과 두 번째 미팅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어떤 감독님들보다 속 얘기를 많이 했어요. 술도 딱 2잔밖에 안 먹었는데 감독님 앞에서 말이 술술 나오는 거예요. 원래 속 얘기를 많이 안하는 편인데 감독님한테는 되더라고요.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제가 감독님에게 뛰어나게 보여준 것도 없었고 감독님도 속 시원한 대답이 없었지만 뭔지 모르게 신뢰할 수 있는 감독님만의 힘이 있어요."
그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동생에 대한 마음, 사랑이다. 부모님없이 가장처럼 꿋꿋이 살아온 은수 역을 맡아 동생에 대한 마음을 끝없는 사랑으로 연기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가 실제 남동생한테는 애교를 부리는 편이거든요. 서우를 보니까 자꾸 그렇게 되는 거예요. 동생에 대한 마음, 중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불안하고 희망도 없던 여자가 중식을 만나면서 행복이 온 것이니까요. 또 그들간의 사랑은 은수가 죽은 이후에 오는 것이니까."
그는 촬영이 끝나고 이선균이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우는 위로 언니들만 2명이고 여자들한테 친숙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더라고요. 저는 낯도 가리고 처음보는 사람한테 숫기도 없어서 초반에는 오빠(이선균)한테는 말놓기가 어려웠었죠.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불현듯 생각이 난건데 '오빠가 제일 힘들었겠다' 싶더라고요. 여자들만 가득한 곳에서 자기가 제일 나이도 많고 이끌고 편하게 해줄려고 양보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분위기가 좋았죠."
결혼은 언제할 거냐는 질문에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고 답했다.
"학교 때 친구들이 다 결혼을 했어요. 다들 애기얘기만 해서 짜증나서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아직까지는 현장의 막내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언니, 누나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깜짝 놀라기도 해요. 그런데 결혼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지금은 한창 일을 즐겁게 하고 싶어요. 결혼은 아직 먼 얘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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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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