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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링룸 수장들⑪]'딜링카리스마' 노상칠 국민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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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되 냉정한 딜링 원칙.."1인 이머징쿼런시 전문가 만들고 싶어"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


어느날 오후였다. 장중 환율 그래프가 3원 가까이 급격히 빠졌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서는 "주식자금이 대량 출회된 듯하다"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네임 하나가 떴다. KB.

외환딜러들에게 묻자 "그 친구? 무섭게 거래하는 친구지. 그냥 밀어"라며 웃는다. 15년 이상 된 선배딜러들 조차 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인정!". 이유가 뭘까.


노상칠 국민은행 외환딜링룸 팀장. 40대 초반임에도 벌써 희끗희끗한 머리스타일에 묵직한 말투.

외환딜링에 대해 별로 할 이야기도 없다면서 조용히 이어지는 대화에 그냥 놀랐다.



◆선굵은 딜링..석달간 '300원'


"딜링스타일요? 어그레시브합니다"


노팀장은 서슴없이 말했다. 은행마다 다른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뷰를 견지하려고 애쓴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번 사면 100~200개 사서 캐리하죠. 커스터머 플로 따라서 금액을 조절하면서 길게 보는 편이에요"라고 말한다. 길게는 한달까지 포지션을 갖고 갈때도 있다고 한다.


그의 이런 딜링 스타일은 시장참가자들을 종종 놀라게 한다. 환율이 1550원 수준일 때 숏을 낸 후 1200원까지 끌고 오는 저력.


노팀장은 "지난 3월,4월, 5월 석달간 내리 오버나이트 포지션으로 숏을 냈어요. 1250원대에서 커버했는데 약 300원 먹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한다.


통이 크다. 몇 전에 울고 웃는 식의 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노팀장의 원칙이다. 그의 이같은 딜링 스타일은 지난 10월 한미통화스왑 발표로 환율이 177원 추락하던 날. 진가를 발휘했다.


"1400원대에 60개(6000만불) 숏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종가 정도에서 처분해서 평균단가 150원 정도를 벌었다"며 "금액으로 따졌을 때 약 71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담담하고 무게있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한번 뷰를 잡으면 끝까지 버텨보는 편이에요"라며 "오버나잇 50~80개 정도를 뷰대로 거래하는데 웬만한 움직임에는 별로 반응을 하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주로 참고하는 자료는 국내외 경제리포트, 정보 매체 등이다.


노팀장은 "딜러이기 전에 팀장이니까 샀다 팔았다 하는 주니어딜러와 달리 와장창 밀고 나가는 것"이라며 "숏커버 잘 안하고 그냥 끌고 가버리는 스타일"이라고 정리했다.


다만 큰 장이 섰을 때 큰 수익을 내지만 작은 장은 아무래도 잦은 매매가 더 나은 듯하다고 노팀장은 덧붙였다.


◆금융위기, 견실한 금융 인프라 구축의 계기


외환위기에 대한 회상 역시 묵직하다.


노팀장은 "옛날에는 환율 위주로만 쳐다봤는데 수급 위주로 보게 되면서 캐쉬와 광의의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시장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끼고 터진 리먼 사태. 노팀장 역시 귀성길에서 금융위기를 맞았다.


그는 포지션은 영향이 없었지만 스왑시장 비드가 없고 환율이 오르는 상황은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머니마켓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이다. 그는 "캐쉬 플로 위주로 스왑시장이 급변했음에도 정책당국이 머니시장에 대한 큰 무리없이 외환시장 안정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IMF 외환위기로부터 10년만에 터진 금융위기의 의미에 대해 노팀장은 어떻게 봤을까.


달러만 있으면 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던 두 금융위기였다. 다만 과도한 투자에서 야기된 실물 위기였던 IMF위기와 달리 지난해 금융위기는 파생 등 금융섹터 부분이 컸고 해외에서 전이됐다는 점에서 더욱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던 시기였다.


그는 "지난 1997년도에는 우리나라 시장이 어린 시장이었다"며 "실물위기, 해외발 위기 두가지를 다 겪으면서 제도적으로 견실한 외환시장 인프라가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카운터파티 리스크를 살피게 된 점은 어찌보면 금융위기의 수확인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모든 금융기관들이 몸을 사리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업체가 평균 레이트로 팔더라도 은행간, 대고객간 이중 가격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


노팀장은 "시장이 베스트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라인이 없어서 체결이 안되는 경우도 생긴다"며 "최근 2~3년 동안 환율 급변으로 쿼런시 익스포저에 대한 트라우마 있는 듯 하나 이에 대한 우려로 이중 가격이 생기는 점은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잔소리쟁이'팀장의 딜러교육 비결은?


수많은 모니터들이 병풍처럼 쳐진 책상은 여느 딜링룸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딜러들의 연령대가 국내 메이저 은행이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젊다. 그동안 중견급 딜러들이 일부 이동하면서 20대~30대 주니어딜러들이 많아진 것.


이로 인해 묵묵해 보이는 노팀장의 역할 중 하나는 '잔소리쟁이'가 됐다. "딜러들이 어려서 제가 푸쉬를 많이 하죠.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책도 같이 읽자고 하고"라면서 미소를 짓는다.


노팀장의 추천도서는 주로 금융 관련 서적이다. 최근 리먼브러더스 전 부사장이 쓴 '상식의 실패(로렌스G맥도날드저)', 금융시장의 탐욕과 기만에 대한 내용을 600쪽에 걸쳐서 다룬 '전염성 탐욕(프랭크파트노이 저)'. 예측을 벗어나는 1%의 변수와 금융위기를 잘 엮은 '블랙스완(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저)'등이다.


책 내용을 불시에 물어보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가볍지 않은 협박' 덕분에 국민은행 주니어딜러들은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 모범생 분위기마저 풍기게 됐다. 주니어딜러의 역량 극대화는 개인적으로도 플러스요인이 되는 셈이다 .


술자리에서도 딜러 교육은 이어진다. 국민은행 딜링룸 회식자리에서 등장하는 '하이로우 게임'이 그것이다. 중앙에 카드를 놓고 뒤집기 전에 'high'와 'low'에 베팅하는 게임이다. 뒤집어서 나온 카드가 자신의 베팅과 다를 경우 벌주를 마시게 된다 .


그는 "예를 들어 2번을 가졌을 때 A(에이스)가 나올 확률은 상당히 낮지만 99% 맞아도 1% 가 틀리는 상황이 있음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을 즐겨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딜러의 기질이 회식자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딜링, 냉정하라


그러나 언제나 달달한 '당근형' 동기부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딜에 대한 원칙에 있어 노팀장은 '채찍형' 냉정함을 전면에 세운다.


"딜링은 자기 관리에요. 포지션이 반대로 가서 로스가 나더라도 자기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노팀장.


그는 딜러는 은행의 에이전트(대리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행 대신 거래를 하면서 제대로 못하면 안된다는 확고한 원칙이다. 아울러 외환거래는 철저한 계산과 주관에 의해 냉정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주지시킨다.


국민은행 딜링룸은 원달러 스팟 뿐 아니라 FX스왑,금리, 시스템 트레이딩까지 메인데스크가 총괄한다. 특히 시스템트레이딩까지 같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세 명의 딜러가 거래 원칙을 셋업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첫 시작 단계지만 꾸준히 10억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알짜 부문이다.


최근 노팀장은 '1인 이머징 쿼런시 전문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 바트, 인도네시아 루피 등 이머징 이종통화를 딜러들 각자가 맡아 거래를 해 보면서 전문성을 길러보자는 차원이다. 이미 국민은행 딜링룸의 이종통화 거래량이 서울외국환중개만 해도 전체의 1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이머징통화 거래를 선도하는 국민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별 거 없다! 벌 때 많이 벌고, 터질 때 적게 터져야


외환시장에서 굵직한 딜로 시장참가자들을 긴장시키는 딜러인 노팀장. 하지만 그도 피해갈 수 없는 슬럼프는 있었다.


지난 2005년~2006년. 펀더멘털로 봐서는 원화 강세가 이뤄지기 힘든 시기였는데 해외 투자로 번 달러와 해외 차입한 달러를 팔면서 원화가 너무 강세로 갔었다고 한다. 노팀장은 "당시 변동성도 거의 없고 마켓 뷰도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거래 의욕을 잃었다고 말했다. 딜러들이 말하는 '돈을 벌어도 찝찝한'상황이었던 셈이다.


노팀장은 "딜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술마시고 하이로우 게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면서 당시 딜러들과 시장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자리가 위안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긴 안목을 중시하는 노팀장이지만 시종일관 자신의 뷰를 우기는 편은 아니다. 일정 한도를 넘었을 때는 가차없이 자른다.


"벌 때 많이 벌고 터질때 적게 터진다"는 원칙 덕분에 그는 현재까지 스팟 딜에서는 스탑로스를 당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거래상대방의 '네임'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도 그의 대담한 거래 비결이다.


노팀장은 "일단 내가 샀을 때 파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며 "상대방이 큰 물량을 갖고 있거나 당국 개입일 경우라면 어느정도 대처를 하겠지만 단순히 네임만으로 받는 심리적 압박은 없다"고 짧게 말했다.


"딜러는 기본에 충실하는 편이 좋죠. 사고싶은데 레벨 때문에 못사고 기다리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단 딜러 자신이 롱(매수 보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일단 사고, 환율이 빠질 것 같으면 파는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중요하다"며 "일단 뷰대로 한 후 주어진 한도 내에서 적절히 손절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쉴 때는 주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비행기 조종 게임을 한다는 노팀장.


비행기 한대를 움직이기 위해 규칙도 지켜야 하는 등 이륙 전까지 해야 되는 일이 많다고 게임을 열심히 설명한다. 아이가 재밌냐고 물으면 "아니. 근데 이거밖에 할 게 없다"고 묵묵히 답한단다.


차가운 딜러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흔들리지 않는 바위같은 우직함이 엿보인다.


노팀장은 정 안되면 볼펜 던지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 모를때는 차라리 던지라고 합니다. 벌면 기다리고 터지면 확실히 자르면 됩니다"라는 그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그것이 바로 '기본'이기 때문이다.


노상칠 국민은행 팀장은 지난 1994년 입행 후 지점 근무를 거쳐 1997년 1월부터 딜러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원·달러 스팟,이종통화,FX스왑,금리재정거래 등을 맡으며 국민은행 딜링룸을 이끌고 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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