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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링룸 수장들⑧]'正道딜링' 류현정 씨티은행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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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에 입각한 리스크 관리 중요.."뷰 없이 기도만 하는 딜링은 안돼"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
"씨티은행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딜만 시키는 건 너무 잘해서인가요?"라고 물었다.


"탈출구 없는 은행원이기는 하죠. 하지만 외환딜러는 오래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개념도 바뀔 필요가 있어요"라는 조곤조곤한 답이 돌아온다.


외환시장에서 '합리적 딜링'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류현정 씨티은행 딜링룸 부장이다. 외환규정, 은행규정은 물론 손절에 대한 부분까지도 원칙대로 하기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류부장.

입행 후 1993년부터 딜링을 시작했으니 20여년 중 17년. 은행 생활의 8할 이상을 딜링룸에서 보냈다.


◆깐깐한 원칙주의..딜러의 기본 역할에 충실


그는 딜러들간의 사적인 자리에서도 '규정 담당'으로 통한다. 깐깐하게 규정을 지키는 그의 성격은 딜러들끼리 고스톱, 포커 등의 게임을 할 때조차 여실히 드러난다. 규칙이 애매하거나 정해지지 않았을때 류부장은 '칼 같은' 원칙을 적용하며 말 많은 게임판을 정리한다.


외환딜링에서는 더더욱 예외일 수 없다. 류현정 부장의 '원칙에 입각한 깔끔한 딜링'은 딜링룸을 이끌면서 리스크 관리와 동시에 꾸준히 실적을 내는 비결이기도 하다.


"젊은 딜러들이야 공격적 트레이딩도 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덜하죠"라며 "매니저 입장이 되면 공격적 딜보다 원칙에 입각한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보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딜링을 할 때 자신이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플로 트레이더가 강한 뷰를 가지고 일주일에서 한달까지 트레이딩을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당장 매니징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라며 "반면 매크로 헤지펀드 쪽이라면 긴 흐름을 갖고 진입,진출 레벨을 정해야겠죠"라며 역할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스리밋, 레버뉴타겟을 고려해야지 손절매 한도 찰때까지 버티는 건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외환시장 세번의 파고..트레이딩 내공의 밑거름


위기가 언제나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아무리 베테랑급 외환딜러라도 모든 외환시장의 위기에서 승리할 수는 없는 법. 류부장에게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큰 파고는 어떻게 기억돼 있을까.


1996년 8월16일. 고참 딜러라면 한번쯤 놀란 기억이 있을 일명 '8·16 대란'이다.8월14일부터 광복절을 끼고 나흘 연속 환율이 급변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발칵 뒤집혔던 때라고.


달러 약세 분위기로 원·달러 숏포지션을 잡고 있던 외환딜러들은 서둘러 손절매수에 나섰지만 달러엔 환율이 87.95엔 수준에서 95엔대까지 뛰면서 손실을 감수해야했다고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손절 매수가 이어지면서 스탑로스 트리거가 1~2원 수준에서 15원~20원 수준으로 나흘 연속 커졌다고.


"그전까지 변동성이 낮았던 한국 시장에서는 처음보는 변동성이었죠"라며 "시장 대부분이 로스를 냈던 아팠던 경험"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두번째는 지난 1997년 IMF때였다. "당시 밸류투데이, 밸류 투마로우가 나뉘어 있었는데. 그때 밸류투데이로 2000원에 유일하게 매수했었다"며 "지금은 2000원이라는 가격은 기록상 안찍히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최고 고점에 매수한 셈"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트레이딩 퍼포먼스로는 돈이 됐지만 우리나라 경제 기반이 무너지던 상황이었던 만큼 가슴아팠던 때 라고.


세번째는 리먼사태다. 두번의 큰 변동성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했다고 한다.


류부장은 "지난 1년간 퍼포먼스는 가장 훌륭했던 한해였죠"라며 "다만 거래상대방 신용한도 대폭 축소, 시장 유동성 하락 등으로 어렵기는 했지만 결론은 트레이더들이 잘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고객층에 기반한 큰 플로..리스크관리 소홀할 수 없어


외환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씨티은행. 글로벌 은행답게 리밋도 크고 거래하는 고객도 다양화 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류부장은 "타은행에 비해 리밋은 큰 편이라 시장에 주는 효과가 크죠"라며 "많은 거래량과 데일리 턴오버로 시장에 단기 유동성을 주는 대형 로컬은행들과 달리 대고객 물량이 다양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거래가 다소 축소됐지만 국내 중소기업, 대기업, 수출입 기업, 다국적기업, 외인 주식자금 등 포지션 상당한 트레이딩 큰 플로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 씨티의 강점이다.


고객 물량이 많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 두는 무게도 남다르다. 류부장은 "씨티는 정책적으로 레버뉴버짓이 트레이더별로 다르지만 월간 누적 손익을 관리해서 일정 수준이 이상되면 차상위 매니저가 관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딜러의 독자적 책임과 독립성을 인정해 주지만 도저히 손해를 안봐야 하는데 본 경우에는 관리에 들어간다.


◆원칙대로 안되는 일도 있다?


류부장의 생활패턴은 딜링에 집중돼 있다. 17년간 딜링에만 몰두하다보니 원칙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바로 연애다. 아침에 출근하면 물한병 놓고 종일 딜링에만 매진하다보니 그는 아직도 싱글이다. 주말에 소개팅을 하고도 딜링하면서 손익을 모두 정리하고나서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3~4일이 지나 있기 일쑤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할지 여부를 놓고 7년간 생각에 몰두하느라 여자가 그새 이미 결혼하고 없더라는 철학자 칸트도 울고갈 만하다.


류부장은 "딜링에 신경이 집중돼 있을 때는 머리아픈 개인적 삶을 빨리 정리하게 돼요. 손절을 하는 셈"이라며 "일종의 산업재해죠"라며 조용히 웃는다.


딜에 집중하다보니 세금 영수증을 한달간 갖고 다니다가 과태료를 무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은행 직원이 은행을 못가는 식이다.


개인적인 투자에도 거의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예전에는 주식 투자를 한번 해봤는데 당시 딜에서 로스를 본 후로 개인 투자는 일절 안한다"며 "주식형 펀드 정도는 가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물한통 갖다놓고 스크린 쳐다보다가 집에 가서 맥주 한 잔하는 식의 생활 패턴이 항상 똑같아요"라며 "그렇지만 하루하루 시장은 다 다르고 준비와 대응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기도만 하지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류부장은 트레이딩은 '큰그림', '이번 주', '오늘'로 시장을 쪼개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큰 방향과 화두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장단기 기간별로 나눠서 뷰를 잡아야 한다는 것.


그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때 뷰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기도만 하고 있는지를 잘 컨트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사고 환율이 오르기를 기도하는 딜러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뷰를 잡고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이지만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다면 가장 어려운 원칙이 될 수도 있다.


"트레이딩은 탐욕과 공포가 절묘히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시장이 자기 방향대로 가면 욕심을 부리고, 거꾸로 가면 패닉과 기도를 택하는 식의 딜링을 하면 결국 뷰는 없어지고 기도만 남는다"고 조언한다.


그는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호기심과 승부욕을 갖고 극단의 방향을 컨트롤 할 수있어야 제대로 트레이딩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 환율 전망은 점진적인 경상, 자본수지 흑자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압력을 받을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 유입이 지속된다면 하락은 깊이와 시간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원화 강세를 보고 있어 외부 돌발 사태 발생시 반대로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류현정 씨티은행 부장은 지난 1989년 한미은행 시절 입행한 후 1993년부터 딜을 시작했다. 현재 씨티은행 딜링룸에서 FX스팟, FX스왑, FX옵션을 총괄하고 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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