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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30명을 방1개에 '서울형어린이집'


대형 인쇄공장 신축문제 얽혀 학부모 불신..문제 더 꼬여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남산자락에 들어서는 대형 인쇄공장들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관련기사, 인쇄공장 소음·먼지에 뒷걸음질 치는 '남산르네상스'>


지역주민들이 받은 피해가 불신을 낳고 불신은 고스란히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관할 관청의 상식없는 행정이 더해지면서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서울 중구청은 최근 인쇄공장이 늘어난 필동2가에 있는 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임시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 시설에 문제가 많아 4개월간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개보수 비용만 8억원에 육박해 건물을 새로 짓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구청이 관련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이곳에 다니는 영유아들의 건강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현 시설에 문제가 많다는데도 이 때문에 부모들의 반대는 거세다.


임시이전을 위해 마련된 곳은 구립필동어린이집에서 100m쯤 떨어진 동주민센터 2층. 중구청은 100㎡(30평)가 안되는 회의실 2개를 개조해 전기판넬을 깔아 아이들을 보육할 방2개를 만들었다.



구청의 설명대로라면 60여명의 아이들이 방1개를 30명씩 사용하며 겨울을 나야한다. 환기시설이나 소방시설은 없고 비상대피 미끄럼틀 같은 것은 기대할 수도 없다. 영유아 시설로 일부를 개조했다지만 아이들이 머물 2층에는 영유아용은 커녕 성인용 화장실이나 세면대도 마련돼 있지 않다.


1세부터 7세까지의 아이들은 민원인들과 함께 1층 화장실을 사용해야한다. 감기나 전염병, 신종플루와 같은 질병이나 화재ㆍ안전사고에서 무방비상태다.


식당도 물론 없다. 중구청은 옥상에 10~13㎡(3~4평) 남짓한 가건물을 지어 취사장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머물게 될 바로 윗층에는 체력단련장이 있어 어른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면적이나 시설 기준 등이 엄연한 영유아법 위반으로 관련법을 구청이 앞장서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가 된 구립필동어린이집은 지난 5월 서울시로부터 서울형어린이집 인증을 받은 곳이다. 구청의 말대로 신축 수준의 비용을 들여 보수해야할 만큼 시설에 문제가 많았다면 어떻게 서울형어린이집 인증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인증만 받아두면 시설이 어떻게 운영되건 관여치 않는 관리실태도 문제다.


구청은 지난 달부터 두 차례나 어린이집 이전 날짜를 못박아 어린이집원장을 발신자로 부모들에게 알림장을 보냈다. 구청이 제시한 이전날짜가 지났지만 부모들은 반발하며 이전하지 않고 있다.


구청과 부모들 사이 대화가 안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곳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어린이집 바로 옆, 남산한옥마을 담장을 맞대고 신축예정인 대형 인쇄공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인쇄공장 신축공사는 어린이집 부모들의 민원으로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시설보수로 어린이집을 비우면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부모들은 생각한다. 부모들은 부분 보수를 원하고 있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린이집 교사들도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할 만큼 심각한 하자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곳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진숙이씨는 "아이들이 옮겨가야할 수용소 수준의 시설을 보고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났다"며 "인쇄공장 건립을 밀어주기 위해 중구청이 지은지 10년 밖에 안되는 어린이집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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