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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배고픔 이젠 어디서 달래나요"

개발붐에 사라지는 왕십리 곱창촌 등 먹거리촌


[아시아경제 조인경/안혜신 기자] 직장인 황정수 씨(35)는 최근 퇴근 후 대학 동기생들과 왕십리 중앙시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1년에 서너번 들러 소주 한잔을 기울이던 단골 곱창집이 간판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른 식당들도 한집 건너 하나씩 영업을 중단했고, '어디어디로 이전했다'는 메모가 붙은 곳도 눈에 띄었다.


70~80년대 젊은이와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었던 서울 시내 맛집 밀집지역들이 사라지고 있다. 투박하고 허름했지만 맛과 정이 가득했던 시장 골목과 대로변 노점상들이 도시미관 정비와 개발붐에 밀려 갈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옛 동대문 덕흥시장과 흥인시장 자리. 일렬로 길게 늘어섰던 포장마차는 물론,쓰레기 더미마저 싹 치워지고 없었다. 옛 동대문운동장 터에 들어서는 디자인센터와 공원 조성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면서 서울시가 거리미관을 살린다며 포장마차를 모두 치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건을 사러 지방에서 올라온 새벽 상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옹기종기 모여서서 떡볶이며 닭꼬치를 먹던 포장마차 행렬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종로구 '피맛골' 식당들도 서울시가 최근 '수복재개발 구간'으로 정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문을 닫거나 새로 만든 상가 건물로 옮겨갔다. 또 종로1~3가 대로변을 따라 즐비했던 노점상들도 피아노거리 쪽으로 옮겨 규격화된 이동형 노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떡볶이와 떡갈비 등을 팔고 있는 김 모씨(44)는 "250개를 훨씬 넘었던 노점상들이 지금은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정은 잠실 신천역 주변도 마찬가지.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죽 늘어서 있던 '떡볶이 포장마차 길'에서는 떡볶이를 맛보기 힘들어졌다. 송파구청이 불법 포장마차 정리에 나서면서 지하철 입구부터 100여미터 가량 늘어서 있던 떡볶이 포장마차들이 대부분 철거됐다. 대신 그 자리에는 잘 꾸민 화단과 새로 포장한 인도가 자리잡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철거된 떡볶이 포장마차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먹을거리 골목과 노점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이영미 씨(29)는 "길거리 포장마차 음식은 위생적이지도 않은데다 아침이면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쓰레기로 코를 막고 다녀야 했다"면서 "도로가 넓어지고 한결 깨끗해져 예전보다 낫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학생 김민호 씨(23)는 "예전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모여 떡볶이 같은 간식거리를 사먹는 재미가 쏠쏠했었다"면서 "지금은 그런 정겨운 느낌은 없어지고 정말 도시의 삭막한 느낌만 남아 버린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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