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법원이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관여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그가 조작된 논문을 바탕으로 기업들로부터 연구 지원비를 편취했다는 '사기' 혐의에 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기죄가 성립 되려면 기업들이 논문 조작 행위를 알았을 경우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 명백해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 이유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황 박사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해외 학술 저널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 내용이 일부 조작됐음에도 이를 사실인 것처럼 가장해 SK그룹과 농협중앙회로부터 각 10억원씩 연구지원비 20억원을 받아낸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아왔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배기열 부장판사)는 일단 2004년 논문 일부와 2005년 논문 상당 부분이 조작되는 데 황 박사가 암묵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논문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건 기업들이 '논문조작' 여부에 관계 없이 순수하게 후원금을 지급한 것이란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논문조작 및 이를 알리지 않은 행위가 사기죄 성립을 위한 기망행위로 판단 되려면 기업들이 논문 조작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알았을 경우 연구 성과가 사실이라고 해도 연구비 지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명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SK와 농협이 애초부터 황 박사의 논문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순수한 차원에서 지원금을 내줬기 때문에 '조작된 논문을 근거로 연구비를 편취했다'는 공소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만약 정부나 대학이 특정 연구인에 대한 연구비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논문 등록 건수 및 인용 지수 등을 고려했다면 피지원자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경우 연구비 지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논문 조작을 통한 기망 행위가 인정되는 사례를 설명했다.
이어 "논문조작 행위 자체는 사이언스지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우리 형법에 따라 처벌을 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검찰이 이 부분을 별도로 기소하거나 공판 중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법원이 직권으로 논문조작 부분을 따로 떼어 처벌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