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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직전일 임금삭감 발표는 오비이락(烏飛梨落)?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구경민 기자]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최근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들의 임금삭감 및 반납이 줄을 잇고 있지만 국감 직전일에 전격적으로 타결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더불어 국감 전까지 임금삭감 내지 반납 도출을 하지 못한 기관들의 경우 국감에서 질타를 받은 후 부랴부랴 강도 높은 자구책을 발표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이렇다 보니 정작 직원들은 노사합의 후에야 임금삭감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내부동요가 발생하고도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14일 전 직원 임금 5% 삭감에 노사가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직원들의 급여 삭감 등으로 조성된 재원을 연말에 일자리 창출 지원이나 공익재단 등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노조측의 강력한 반발로 난항이 예상됐지만 한은의 임금삭감 전격적인 합의는 국정감사가 예정된 15일 하루 직전에 이뤄졌다.


이는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도 마찬가지다.


14일 임금 삭감에 합의한 기보의 국정감사는 15일 진행됐다. 주택금융공사는 국감 직전일인 지난 8일 밤 11시까지 노사가 마라톤 협상을 한 끝에 연차 및 시간외 등 법정수당 감축과 안식ㆍ청원 휴가 폐지 등에 합의했다.


전 직원 임금삭감은 아니었지만 월 근로시간을 종전 18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리는 방법으로 법정수당을 총 12.4%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예정일이던 9일 하루 전인 8일에 노사가 임금삭감 및 연차 의무사용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캠코의 사례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직급별로 8%에서 4%까지 임금삭감률을 차등화하면서 임금 총 삭감률을 7%대로 높였다. 더욱이 금융공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모든 직원의 연봉제까지 합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MB정부의 금융공기업 임금 축소에 대한 의지가 강해 이를 역행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약속이나 한 듯 국정감사 직전일에 마치 대타협을 이룬 것처럼 임금삭감을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불가피하게 국감 전에 임금조정안을 내지 못한 기관들은 국감 당일, 또는 그 이 후 상당한 강도의 자구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 국감에서 방만경영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년 이사장 연봉을 무려 69% 삭감한 1억7000만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고 직원들 연봉도 5%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수협의 경우도 지난 6일 국감 후 10일도 안돼 임원 임금반납, 성과급 삭감안 등을 발표했다.


국감을 의식한 노사 임금협상으로 인해 일부 금융공기업에서는 내부직원들이 동요하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임금삭감 소식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했다는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노조측이 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국감전 타결이라는 대명제'에 밀려 무리한 합의를 한 측면이 있다"며 "실제 타결된 내용에 대한 직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사가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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