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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바로서야 자본시장 산다]<중>말뿐인 제도 개선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다.."주가급등 사유없다" 허당 조회공시 등"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누구보다 주식 시장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한국거래소가 제 역할 및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여러군데서 발견된다.


한국거래소가 증시와 관련된 각종 제도에 대해 시장 불만ㆍ개선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후속조치 마련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사안에도 현행법이나 제도상 한계라는 점을 들며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이 경고한 의무 CB 관련 후속조치가 3개월째 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 중 의무 CB를 발행한 기업 43개사 중 81.4%가 상장폐지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부실기업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기업들의 의무CB를 변종 사채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증권업계에 알렸다. 증권업계는 이와 관련 이미 발행된 의무CB는 기업회계기준법(제13호)에 따라 자본조정 대상이지만 ▲반기보고서는 최종보고서가 아닌 점 ▲기 발행된 의무CB가 1년을 기준으로 한 올해 회계장부(최종 조정본) 작성시 다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부실기업들의 자본 확충에 쓰이는 변종 사채인 점 등에서 최소 올 상반기에 의무 CB 발행으로 자본잠식을 면한 상장사 리스트 발표 등의 경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거래소는 감감 무소식이다. 의무CB가 부실기업 등의 자본 확충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현행법상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재무제표는 내년도 투자자 판단 지표 중 가장 영향력이 크다"며 "의무CB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던 상장기업들이 여과없이 시장에 알려진다는 것은 투자자 판단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도 "투자자들에게 전달될 때는 적당한 경고 장치가 필요하다"며 "거래소도 금감원과 같이 의무CB 발행을 통해 자본 잠식을 면했던 상장기업들을 특별히 분류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함께 거래소가 소외된 중소규모 코스닥 업체를 발굴하는 목적으로 설계한 'KRX 리서치 프로그램(KRP)'도 내실없는 진행으로 일부 증권사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사실상 강압적인 참여ㆍ기업 선정ㆍ할당 등으로 비생산적인 리포트만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예전 사례를 들며 "심한 경우 모 정유업체 기업 탐방을 한 결과 드럼통 두 개가 전부인 회사도 있었다"며 "이로 인해 투자의견 없는 'Not Rated' 판정이 대세를 이룰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써의 기능보다는 KRP 시스템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며 한국거래소의 철저한 사전 조사없는 진행 방식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조회공시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회공시가 시장질서와 투자자 보호,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를 위해 도입한 취지와는 달리 기업들이 미확정 답변을 내놓거나 1년 넘게 재탕하는 경우까지 생겨나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거래소는 '열거주의' 제도이며 관할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작 손을 놓고 있다.


2009년 10월1일 오후. 코스닥상장사 헤파호프코리아는 주가급락 관련 조회공시 답변에서 "주가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항은 없다"는 공시를 했다. 하지만 다음날(5일) 장 마감 후 이 회사는 최대주주 박성수 대표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채권자가 임의로 처분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고 다음날(6일)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 회사가 조회공시 답변 당시 최대주주 지분이 임의로 처분된 사실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유권해석에 따라 '특이 사항 없다'는 공시를 냈다는 데 있다. 거래소측은 이에 대해 최대주주 지분 처분과 관련해서 언제,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세한 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단계에서 조회공시 답변에 언급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대량보유상황 보고 공시를 통해 알리도록 했다고 해명하는 데 그쳤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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