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영진 무더기 국감 출석...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 비판 제기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애플 아이폰의 국내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코리아 CEO가 국정 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요구를 받는 등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경영진들이 무더기로 국감에 출석할 전망이다. 기업인들의 반갑지 않은 '국회 나들이'에 대해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5~23일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 KT 김우식 개인고객부문 사장, SK텔레콤 MNO비즈 하성민 사장, LG텔레콤 김철수 부사장, 애플코리아 앤드류 써지웍 CEO, 안철수랩 김홍선 대표 등 ICT 업계 경영진 및 관계자 30여명이 증인 또는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토록 요구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13명, 문화체육관광부가 13명으로 양기관 국감에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방통위 국감 예정일인 7일에는 ICT 기업의 주요 경영진들이 국회로 출근하는 진풍경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날 KT 김우식 사장, SK텔레콤 하성민 사장, LG텔레콤 김철수 부사장은 이동통신 요금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포털 유해정보 유통 실태,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디도스(DDoS) 피해 대책과 관련해 출석한다. 또한 국내 이통사와 아이폰 도입을 협상 중인 애플코리아의 앤드류 써지웍 CEO도 출석을 요구받았다.
업계는 업계 경영진들이 무더기로 국감에 출석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고유영역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과 관련해 오랜 진통 끝에 최근 대규모 요금인하 계획을 발표했는데 국감에서 이를 다시 설명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요금이라는 민감한 경영전략을 국감장에서 논의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애플코리아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아이폰 문제로 국감장에 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측에서 애플과 KT간 협상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애플코리아 CEO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측은 미국 본사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아 앤드류 써지웍의 국감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법 제127조 및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과 달리 참고인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내용을 문제 삼아 출석을 요구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벤트성 감사 우려도 지적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국가적 관심사인 만큼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기업인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망신을 주는 등의 문제점도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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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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