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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에게 길을 묻다-한국항공우주산업 문장수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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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이끌 수리온은 집념의 결정체

명장에게 길을 묻다-한국항공우주산업 문장수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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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7월31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공장. 한국형기동헬기(KUH) 격납고를 나와 세상에 첫선을 보였을 때 문장수 책임연구원(44)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국산 첫 기동헬기 ‘수리온’이 햇빛을 보자 밤을 지새며 보냈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문 책임연구원은 수리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로터 블레이드(Rotor Blade)’의 설계 책임자로 수리온 개발에 참여했다. 그래서 그의 감회는 남달랐다. 비행기의 프로펠러에 해당하는 로터 블레이드(날개)를 만드느라 흘린 땀과 불면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아 감개무량했다. 로터 블레이드는 무거운 비행기를 받혀서 띄워주는 양력을 발생하고, 또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도 내는 헬리콥터의 로터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다. 헬리콥터는 로터 블레이드를 좌우,전후로 기울여서 헬리콥터는 정지비행(호버링), 전진과 후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헬기 선진국이자 방산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프랑스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와 일본 등 10개국만이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개발이 까다롭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기술이 없으면 이들이 부르는 대로 비싼 값에 사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명장에게 길을 묻다-한국항공우주산업 문장수 책임연구원



특히 수리온은 무게 8.7t이나 나가지만 분당 150m를 상승하고 시속 259km로 2시간 이상 날 수 있는 만큼 로터의 블레이드와 각종 부품이 받는 마찰열은 상승을 초월한다. 특히 블레이드의 끝은 시속 600km 안팎으로 회전하는 탓에 마찰과 마모에 따른 긁힘과 갈라짐 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만큼 재질이 좋아야 하고 또 회전에 알맞는 형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필수다. 블레이드를 찍어내는 몰드(틀)조차 만들기가 어려워 항공 후진국들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로터 블레이드를 세계 11번째로, 그것도 우리손으로 만들어낸 주역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문 책임연구원이다. 문 연구원의 꿈은 조종사였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종이비행기를 잘 만들었죠. 쉬는 시간마다 학교 옥상에서 멋있게 날리기도 했어요. 하늘로 직접 날아오르고 싶었던 거죠”라면서 “그러나 고등학교때 시력이 나빠져 조종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연구원은 “우연히 항공대학교 자료를 보던 중에 항공기기관사(Flight Engineer)를 알게됐다”면서 "당시만 해도 컴퓨터가 발달하지 못해 항공기 기관사가 조종사와 함께 민항기 조종석에 탑승했다"고 말했다.
단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희망에서 그는 항공대학교를 지원했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항공기계 공학을 전공하면서 꿈의 실현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명장에게 길을 묻다-한국항공우주산업 문장수 책임연구원



자동차 회사에 입사했다가 3년만에 그만두고 지금의 KAI에 입사했다. 이 때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중형항공기 개발에 3년,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개발에 또 9년을 보냈다. 이어 수리온 개발에 3년을 매달렸다. 모두 합쳐 15년을 비행기와 헬리콥터의 개발에 쏟아부었다. 대학시절부터 치자면 20년 이상을 오로지 '비행' 하나에만 신경을 써온 셈이었다.


문연구원은 “T-50개발에서는 중앙동체설계를 담당했다"면서 "2002년 8월 T-50이 활주로를 박차고 처음 날아 올랐을때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제는 자기가 주도해 개발한 로터 블레이드를 수리온에 장착하고 내년 3월 첫 비행준비를 나서고 있다. 문 연구원이 로터블레이드 개발에 참여한 것은 2006년 6월. 방위사업청이 30년 이상 군에서 운영해온 노후헬기 UH-1H와 500MD기본기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한공우주산업과 계약을 맺었을 때였다.


그는 “처음에는 유로콥터(EC)의 기술을 토대로 시작하면 문제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T-50을 만든 상황에서 또 다른 도전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콥터의 협조는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2006년 7월에는 프랑스 출장때는 공항까지 쫓아와 담당자에게 건네받았던 CD를 빼앗기기도 했다. 2006년 12월에는 신청한 제작공정 기술자료를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해야한다는 이유로 3개월을 지연시켰다.


이렇게 속을 태우면서 1년 6개월을 보냈다. 논문이라는 논문은 다 뒤지고, 블레이드를 자체제작한 국가의 연구진에게서 귀동냥한 지식을 바탕으로 로터 블레이드를 시험 제작해 유로콥터(EC)기술진 앞에 당당히 내놓았다. 그때가 지난 해 1월이었다. 그러나 형상이 불완전한데다 블레이드를 절단해본 결과 안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고, 수명을 체크하는 피로해석프로그램 기준에도 미달하는 등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문연구원은 “한마디로 암담했죠. 그 당시에는 여기서 포기하고 유로콥터의 블레이드를 직수입해야하나 신중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용기를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천 버스터미널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였다. 2008년 2월말이었다. 단팥이 흘러내리지 않는 붕어빵을 굽는데만 3개월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서 자신을 채찍했다. 회사에 들어와 팀원들과 다시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그때부터는 그는 기본설계, 상세설계, 제작도면, 시제작 4단계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했다. 가족이 있는 대전에 몇 달을 가지 못하고 연일 밤을 세웠다. 이렇게 해서 새로 블레이드를 만들었을 때가 지난 해 10월이었다.
무게 93.5kg, 길이 7.1m의 로터블레이드는 유로콥터 제작진도 놀랄 성능을 선보였다. 블레이드 개발에 참여한지 2년 4개월만의 성과였다.


문 연구원은 방산업체의 기술력 부진에 관해 “항공산업을 비롯한 우리 방위산업은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개발을 포기하고 비싼 값에 들여오는 고가장비를 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번 포기하면 뭐든지 포기한다”면서 “국내기술력으로 충분히 생산 가능한 부분까지 수입품으로 의존한다면 자주국방실현은 멀어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산분야는 우리 기업들이 도전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면서 “누가 얼마나 오래동안 집념을 가지고 추구하느냐에 달린 것 아니겠냐”고 물으며 밝게 웃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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