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이모저모
[금강산=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26일 오후 금강산에서 시작된 추석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년만에 재개된 때문인지 다소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상봉행사인 데다 남북관계의 경색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남북은 지난해 완공된 이후에도 남북관계 경색으로 가동되지 못하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처음 이뤄진 상봉 행사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였다.
상봉 행사는 이날 남측 상봉단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를 출발한 남측 이산가족 97명과 고령자 부축 등을 위한 이들의 동반가족 29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후 3시 면회소 1층 단체상봉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쓰인 원탁에서 10분전부터 기다리던 북측 가족들은 진행요원들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자리를 찾은 남측의 가족과 만났다. 2시간 동안의 단체상봉에서 남북 가족들은 서로 상대측에 있는 가족과 친인척의 생사를 확인하고 사진을 전달하면서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송재봉(81)씨는 준비해온 가계도를 펼쳐놓고 가족과 친척들의 근황을 일일이 묻기도 했다.
단체상봉 도중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북한의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함께 상봉장을 찾아 이산가족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장 위원장은 남측 이순옥(79)씨에게 “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통일도 보고 하자”며 “좋은 얘기 많이 나누시라”고 덕담했다.
한적 관계자는 “유 총재와 장 위원장이 앞서 별도의 첫 만남에서 향후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적십자 차원의 인도주의 사업을 더 활발히 벌이자는 뜻을 나눴다”고 밝히고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상봉장에 틀어놓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의 소리가 너무 커 고령 이산가족들의 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남측의 지적에 즉시 스피커를 끄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측 기자단이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 상봉을 취재할 때도 북한의 조선적십자회와 관계기관에서 나온 '보장성원(행사 진행요원)'들은 남측 취재진과 불필요한 입씨름이나 기싸움을 피했다.
단체 상봉에 참가한 남북 가족가운데 고령자가 많으나 특별한 건강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단체상봉 종료 20여분을 남겨놓고 휠체어에 앉아있던 85세의 안복순씨가 허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해 잠시 북측 임시진료소로 옮겨졌다가 곧바로 상봉을 계속했다.
2명의 전문의와 3명의 간호사로 이뤄진 대한적십자사 의료진을 이끄는 김석규 인천적십자병원장은 “과거 첫 단체상봉 때 일부 고령 이산가족이 실신하거나 의료진의 도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북측은 신종플루를 의식해서인지 남측의 확진환자 상황과 고령 이산가족의 건강문제를 캐물었고, 행사지원을 위해 평양에서 파견된 젊은 여성 의례원(식당 종업원)들은 현대측이 상봉장 화장실 등에 비치한 남측의 소독용 세정제로 손을 깔끔하게 닦기도 했다.
금강산 지역은 이날 내내 흐린 날씨를 보였다. 남측 가족 도착 직전에 굵은 비가 뿌렸으나 행사 시작부터는 비가 그쳐 남북 가족들과 진행요원들이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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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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