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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속삭이세요! 앵무새 위스퍼러(Whisperer)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2초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


"정말 앵무새하고 말도 하고 그래?"

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4차원이라는 지적을 받거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갸웃거리는 상대의 표정을 봐야 할지라도.


[마니아]속삭이세요! 앵무새 위스퍼러(Whisperer) 사진찍는 동안에도 달려오는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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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와의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다. 가끔 마음이 맞지 않는 룸메이트처럼. 말도 안통하는 동물과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을 만큼.

앵무새와의 아침을 맞이하는 일을 보자. 통상 새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새들이 아침이면 재잘거리며 노래를 할 거라는 상상을 한다. 기자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이런 상상은 앵무새를 키우면서 조각났다.


일단 앵무새를 키우면서 노래는 들은 적이 없다. 어떤 발성법을 노래로 봐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앵무새들은 옹알이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특히 기자네 앵무새들은 일단 잠에서 깨면 소리를 지른다. 아악! 하고. 기쁨의 환호성이거나 보자기를 걷어달라는 채근이다. 게다가 알람시계 역할을 하기에도 부족하다.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식사는 어떨까. 앵무새들에게 사람이 밥을 먹는 모습은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에게 상당히 호기심 넘치는 일임은 분명하다. 보통의 애조들은 주인이 식사할 때 밥상에 접근하고 싶어 한다.


앵무새는 뒤뚱뒤뚱 걸어와서 밥상에 뭐가 있나 살펴본다. 그리고 관심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우선 먹어본다. 앵무새는 잡식성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통은 채소나 견과류를 먹지만 간혹 육식을 하는 앵무새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앵무새들은 사람이 먹는 과자나 라면, 밥에 관심이 아주 많다. 한 앵무새는 흰 쌀밥을 너무나도 좋아해 밥상 곁을 맴돌기도 한다.


[마니아]속삭이세요! 앵무새 위스퍼러(Whisperer) 요구르트를 먹는 앵무새

기자네 할머니는 앵무새를 위해 어린이용 요구르트를 매일 배달시킨다. 거실 창문을 지키고 있다가 요구르트 아줌마가 왔을 때 소리를 질러 알리는 것은 꼬마 앵무새가 좋아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앵무새의 주식이 잘 배합된 모이와 신선한 채소, 맑은 물이라는 것은 잊어서는 안된다.


앵무새와 잘 노는 방법이 있다면 훈련과 놀이를 병행하는 것이다. 앵무새들은 주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물론 번식조라면 주인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놀이를 감행할 경우 앵무새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하지만 길이 잘 든 앵무새라면 주인과의 놀이는 두뇌발달에 상당히 좋다. 이런 앵무새들은 꺼내 주면 돌아다니다가도 이내 주인 옆에 자리를 잡고 여유를 즐긴다. 주인이 장난감을 보여주면 발을 요리조리 들거나 장난감을 만져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네타기, 공놀이 등은 앵무새들의 놀이 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새장에만 머물 경우 비만 앵무새가 되기 십상인데 이런 놀이는 운동을 겸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뽀뽀를 가르치는 것도 좋다. 최근 기자네 앵무새들은 뽀뽀~라고 말하면 아장아장 걸어와 입을 맞춘다.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이니 꼭 한번 연습시켜 봤으면 한다.


[마니아]속삭이세요! 앵무새 위스퍼러(Whisperer)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 앵무새

앵무새와 꼭 한번 나들이를 해 볼 필요도 있다. 날아가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미 이전에 언급했듯 애조라면 윙컷은 필수다. 이동장, 간식, 물, 물티슈(배변을 치울 경우를 대비해서) 등이 있다면 나들이 준비는 완료된 셈. 햇빛을 한껏 받고 바깥 바람을 쐬면서 앵무새들은 더욱 건강해진다. 특히 산책을 가면 자동차는 물론 낯선 사람들도 볼 수 있어 앵무새들이 겁을 내는 한편 아주 좋아한다. 즐거운 느낌의 옹알이를 계속할 것이다.


밤이 깊었다면 앵무새를 제때 재워야 한다. 간혹 어린 주인들이 밤이 늦도록 앵무새를 데리고 놀고 싶어하나 이런 습관은 앵무새는 물론 주인의 건강에도 나쁘다. 잠을 재우지 않으면 앵무새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두운 색의 보자기나 면이불 등을 활용해 새장을 덮어주도록 한다. 앵무새는 어두워지면 잠든다. 만약 밤에도 앵무새가 잠을 자지 않고 떠든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니 새장을 살펴줄 필요가 있다.


앵무새와의 간단한 일과를 정리해봤지만 앵무새는 정말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전선이나 종이 등 물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고집을 피우기도 하고 주인이 화났을 때는 눈치를 보기도 한다. 불안할 때는 좌우로 몸을 흔들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앵무새와 함께 살다보면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차츰 눈치챌 수 있게 된다.


동물에게 속삭이는 사람을 두고 '위스퍼러(whisperer)'라고 칭하곤 한다. 개 위스프러, 고양이 위스퍼러 등 다양한 책도 나와있다.


앵무새를 기른다면? 주인의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거나 평온하게 앉아있는 모습에 다정다감함을 느끼거나 잠에서 깼을 때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어린 앵무새의 모습에 깜짝 놀라거나 어느 쪽이든 앵무새 위스퍼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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