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은 100달러짜리 멜론과 1000달러짜리 고급핸드백이 불티나게 팔리는 나라였다. 일본인들의 이 같은 ‘럭셔리 사랑’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린 90년대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인의 과감한 소비도 이번 경기 침체를 넘지는 못했다. 멜론보단 싼 바나나를 찾고, 루이비통 핸드백보단 월마트의 저가 청바지에 더 열광하고 있다는 것.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 7년 동안 일본에서 영업하면서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난 11월부터 월간 기준으로 두 자릿수의 순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 주머니가 가벼워진 일본인이 '싼 곳'으로 발길을 돌린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럭셔리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루이뷔통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핸드백이었다. 하지만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LVMH 그룹은 올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20% 급감했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12월 일본의 새 점포 오픈을 취소하기도 했다. 70년대부터 일본 소비자들을 꽉 잡고 있던 루이뷔통에겐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150억~200억 달러에 이르는 일본의 력셔리 시장은 현재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구세대들과 달리 럭셔리 브랜드들은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19살의 히라누마 이즈미가 “나는 어른들처럼 루이비통에 목매지 않아요”라고 외치는 것이 럭셔리업체들에겐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럭셔리시장의 침체를 타고 현재 일본에선 어느 품목이든 싼 것이 ‘대세’다. 슈퍼마켓 세일에서도 한 봉지에 25센트에 불과한 죽순이 인기다. 4달러나 하는 양배추의 대용식이기 때문이다. 우산 판매의 증가도 이런 경향을 대변해준다. 다이이치 생명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비오는 날 택시를 타는 일본인보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일본인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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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불황에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이는 내수 위축이라는 측면에서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지난해 일본 가계의 평균 소비액은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한 350만 엔 (3만875달러)을 기록했다, 결국 이는 제품 수요를 감소시켜 실업률을 사상 최고인 5.7%까지 끌어올리고 말았다. 지난달 총선에서 민주당이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겠다는 공약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국 콩으로 만든 가짜 맥주가 등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연출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처럼 럭셔리 천국이었던 일본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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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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