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김수희 기자] 3분기 들어 국내주식형 펀드 환매가 절정에 달하며 자산운용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정액이 계속 줄어들며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어려워진 데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며 상승장에서도 차익실현의 악수를 두게 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2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02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5월28일 하루 새 3985억원이 빠져나간 후 일일 환매 규모로는 최대치다. 이날 신규로 설정된 자금은 656억원으로 이를 차감하면 3366억원이 순유출됐다. 5월 28일(343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순유출 규모가 컸다.
지난 4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해지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6월 1조4318억원, 7월 2조3140억원, 8월3조2576억원 등으로 불어나며 올 들어만 5조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의 설정액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한국투신운용의 전체 펀드 설정액은 전일대비 1604억원 감소한 19조8411억원을 기록, 20조원대가 무너졌다. 2008년 10월 2일 20조원 대 위로 올라선 이후 1년여 만이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달 31일 7개월 만에 설정액 60조원대가 붕괴된 이후 좀처럼 60조원대 위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펀드가 자금 유출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유출 상위 펀드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1(주식)(A)'은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연초후 수익률이 63.54%를 기록, 대형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설정액이 급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4(주식)종류A'도 59.60%의수익률을 기록, 코스피 수익률(46.26%) 대비 월등한 성적을 나타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지수가 1700선 위로 올라서면서 오히려 수익률이 좋은 펀드들의 원금 회복이 조속히 이뤄지면서 이들 펀드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환매로 인해 운용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생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상승장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한동안 국내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