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말이 이미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잘 올라타면 순식간에 더욱 더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겠죠?
주식시장에서는 잘 나가는 종목에 편승하는 일종의 전략으로 이 격언이 통용됩니다.
비싼 주가에 많은 상장주식수로 인해 무거운 증시 대표주 삼성전자는 올 들어 거의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말입니다.
삼성전자는 올 초 40만원대 중후반에서 주가가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조금씩 상승하는 듯 하더니 7월 첫날 들자마자 60만원대를 넘었고, 이후부터는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80만원대에 육박하는 고공 행진을 구가했습니다.
이미 국내외 증권사들은 100만원이라는 목표주가를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7월 초 삼성전자가 슬슬 달리기 시작할 때 올라탄 투자자라면 아마 지금쯤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주식 투자 전략 중 '상따'라는 전법이 있습니다. 상한가 따라잡기의 준말인데요, 재료가 확실하고 상한가 매수 잔량이 상당할 경우 상한가에라도 매수해 익일 주가가 오를 때 매도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한가는 아니지만 온갖 호재성 재료와 함께 모두가 '고(go)'를 외쳤던 종목임을 생각해보면 상따 전략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지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연초 1100~1200포인트 수준에서 지지부진하던 지수는 7월 1500을 찍더니, 어느새 1700까지 바라보는 수준입니다. 만약 7월쯤 지수 연동 상품에 들어갔다면 역시 웃음꽃이 활짝 폈겠군요.
그러나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가 과연 쉬울까요?
초보자라면 가만히 서있는 말에도 올라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줘야 겨우겨우 말 위에 앉을 수 있습니다.
또 어찌어찌 올라탄다해도 그 속도를 유지하거나, 혹은 더 빨리 달리게 할 수 있을까요? 말이 화내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일반투자자, 개미투자자들은 주식에는 초보입니다. 전문가 집단인 펀드매니저들로 구성된 기관,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있을 외국인에 비해 개인들은 너무나 너무나 작은 손을 가진 초보입니다.
어제인 17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907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2년여만에 최고라고 하더군요. 반면 개인은 9250억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역시 모처럼의 기록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사는 종목은 극히 일부입니다. 최근에는 대형 우량주에만 매수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반면 손이 작은 개인들은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에만 매달립니다. 결국 개인은 지금 달리는 말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왠지 우리가 고생해서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아주머니들까지 인터넷 주식 카페에서 투자를 논하고, 증권계좌수는 계속 늘고 있다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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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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