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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아직도 너무나 건재한 '유승준 트라우마'


[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유승준은 한국 땅을 못 밟지만, 그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건재하다. 너무나 건재해서 후배 연예인들의 발목도 잡고 있다. 이제는 그 상처를 치료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재범을 향한 대중의 열띤 비난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케이스'다. 그가 '제2의 유승준'인 것 같아서, 앞으로 유승준처럼 될까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비난한 것이다. 그가 "군대도 안갈 미국인"이라는 내용이 버젓이 기사의 제목에 등장했고, 재범은 온 국민에게 군대 가겠다고 거짓말 해놓고 미국 국적을 선택한 유승준과 '동급' 취급됐다.

그러나 '자라'와 '솥뚜껑'은 얼핏 봐서 비슷할지언정 본질이 다르다. 재범은 그저 한국 생활이 힘들다고 투덜대는 10대 청소년일 뿐이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으로 건너와 JYP 엔터테인먼트 안에서 연습만 하며 답답하게 데뷔만을 기다리는 심정을 그들의 언어로 다소 '격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가 그토록 한국을 '혐오'했다면 진즉에 짐 싸서 미국으로 돌아갔을 테다. 아무리 연예인이 '자기 포장술'에 능하다 해도, 그토록 한국 팬들을 무시했다면 진즉에 그 징후가 포착됐을 것이다. 정말 한국인을 속여서 돈만 벌 목적이었다면, 그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남긴 마이스페이스 글들을 용의주도하게 지웠을 테다.

해외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에서도 아니고,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마이스페이스에서 절친한 친구와 주고받은 말이다. 한국에 대해 편협하게 분석한 글도 아니고, 오래 떨어져 지낸 친구에게 투정 부리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을 비하했다'고 정색하는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이 아니라 '콤플렉스'에 기인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는 유승준처럼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미국 국적임을 밝혔고, 데뷔 전에 너무나 힘들어 미국에 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었다. 그는 "데뷔하고 나서 무엇이 제일 좋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 똑같은 분식집에서 밥을 시켜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하던 청소년일 뿐이었다.


너무나 건재한 '유승준 트라우마'는 그동안 남자 연예인들을 많이 괴롭혀왔다. 아파도 아프다고 밝힐 수 없고, 정당한 이유의 군입대 연기도 쉬쉬해야 했다. 교통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군대 안 가려고 그러냐'는 말도 안 되는 의혹이 따라붙었다. 지난 8일 김현중의 신종플루 확진 기사에조차 '군대 안 가려는 건가'라는 댓글이 게재됐다. 이 정도면 병적 수준이다.


미국 출신 연예인은 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한다. 재범은 '한국에서 돈만 벌어서, 군대도 안가고, 미국으로 돌아갈' 연예인으로 낙인 찍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보나마나 유승준처럼 될 것이라는 속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멘트는 "일 때문에 한국에 있다", "한국은 이상하다" 등이다. 그러나 힘든 시기를 이겨낼 때 누구나 이 정도의 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누군가 미니홈피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썼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사직서를 쓰라고 강요당한다면 이만큼 또 황당한 일이 있을까.


재범은 더 이상 해명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본인도, JYP엔터테인먼트도, 우리도 모른다.


유승준은 지금도 죗값을 치르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을 만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한다. 유승준이 잘못 판단한 것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로 후배 연예인들에게도 '너도 같은 속셈이지?'라고 으르렁대기만 한다면, 그건 연예인들에게나, 유승준에게나, 수년이 지나도 성숙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나,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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