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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정치판보다 훨씬 낫네"

산수초 2학기 전교 임원 뽑는날
동구선관위 도움받아 전자투표제 실시,
깨끗하고 공정한 공약 대결의 장 선봬


8일 오전 9시 40분 동구 산수동 산수초등학교 방송실.


“제가 만약 전교 어린이 회장이 된다면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여러분께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잠시 후 10시부터 시작되는 ‘전교 어린이 회장·부회장 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권(?)주자들은 마지막 선거 유세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산수초등학교는 이날 선거를 위해 지난 2일 학교 홈페이지와 교내 게시판을 통해 선거 공고를 내고 4일 오전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전교 어린이 회장(6학년·1명)과 부회장(4·5학년 남·여 각 1명씩)직에 당차게 출사표(?)를 던진 아이들은 총 13명. 이들은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선거날 아침까지도 각 반을 돌며 홍보물을 들고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쳐댔다.


아이들의 선거 운동 열기는 뜨거웠지만 반칙은 없었다. 아이들은 중간놀이와 쉬는 시간으로 정한 유세 시간을 엄수했고 친구들에게 간식이나 선물을 돌리는 일도 철저히 배재했다.


그것은 투표권을 가진 4·5·6학년 학생 9명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 덕분. 이들은 선거를 준비·운영하는 역할과 함께 암행어사처럼 후보자들을 몰래 감시하며 선거운동의 과열분위기를 잠재우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이들이라지만 요즘 초교 전교회장 선거에는 홍보물 부착용 사진을 따로 찍고 시선을 끌기 위해 전문가의 힘을 빌려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만만치 않은 선거 자금(?)이 투입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수초교 조희태 교장은 후보자와 학부모들에게 스스로가 직접 준비하는 선거를 치러보자고 일렀고 이에 아이들은 밤을 꼬박 새워 혼자서 연설문과 홍보물을 만들었다.


또 학교 측은 더욱 공정한 선거를 위해 동구 선거관리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자투표는 투표권을 가진 4·5·6학년 전 학생의 정보가 미리 입력된 컴퓨터에 선거인용 카드를 넣고 이름과 지문을 입력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선거인용 카드는 본인만 사용할 수 있으며 기표소에 마련된 기계에 카드를 꽂고 투표하면 내부의 USB와 기록지에 내역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결과 조작 논란도 피할 수 있다.


투표자들은 선관위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례로 줄을 서 투표했고 직접·평등·비밀투표라는 선거의 3원칙은 아이들 스스로가 지켜냈다.


1시간 여의 투표 시간이 지나자 15분 만에 결과가 나왔다.


272명의 선거인 가운데 262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무효표는 없었다.


이로써 산수초교의 2009년 2학기 전교어린이회장은 기호 1번 유주혁(13)군이 맡게 됐다.


18표 차이로 아깝게 득표수 2위를 기록한 이가은(13)양은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떨어졌지만 얼마 전 TV에서 국회의원 아저씨들이 막 싸우고 남의 컴퓨터로 투표하는 장면을 봤는데 앞으로 정치인이 되면 오늘처럼 재밌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앞정서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히며 유주혁 군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광남일보 김보라 bora1007@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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