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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서민생활 더 '팍팍'해진다

#.국내 대표적인 통신업체에서 20여 년간 몸 담아왔던 최 모씨(53)는 1년 전 내부 구조조정에 따라 자회사로 옮겼다. 그동안 해왔던 업무나 전공과도 전혀 연관성 없는 단순 노무직과 비슷한 업무였지만 자식들 생각에 묵묵히 일해 왔다. 그러다 지난 5월 구조조정에 대한 회사의 압박이 심해지자 반강제적으로 퇴직했다. 최씨는 "한두 달 쉬었더니 생활이 금방 어려워지더라. 가족들에게 미안해 지난 달 부터는 고용지원센터로부터 실업급여도 신청하고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나이가 많아 쉽지 않다"며 한숨지었다.


#.신문방송학 전공인 박 모군(28)은 2년째 4학년이다. 꼭 PD가 되겠다는 오랜 꿈을 접은 지 오래다. 토익에 2년여 넘게 매달리고 있고 지난해에는 부랴부랴 경영학 부전공까지 신청해 학점을 메우느라 혼줄이 났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다. 박군은 "요즘 대학 도서관은 '취업준비관'으로 변했다. 일단 어디든 취업되는 게 최고의 효도인 것 같다"며 오늘도 도서관으로 향한다.

소비심리지표가 사상최고치를 육박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남은 하반기 서민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고용·노동시장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자리 문제가 '삶'과 직결되는 서민층이 직접적으로 타격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가는 노동·고용지표
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24일까지 실업급여 수급자수는 100만2809명으로 지난 1996년 실업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노동부는 신규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차츰 감소하고 있어 향후 수급자 증가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해결되지 않은 비정규직 문제와 정부의 단기간 일자리 대책 종료 등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3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로 일정기간 누적될 수 밖에 없어 연말이 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업급여 수급자수는 130~40만 이상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의 질이 한층 더 악화되면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노동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7208개를 대상으로 '사업체임금근로시간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총액은 전년 동기보다 4.3% 하락한 반면, 주당 총근로시간은 0.5시간 늘었다.


매주 5일 내내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실상 휴직에 가까운 사람들로 구분되는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지난달 105만7000명으로 통계작성 이레 7월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말 갈수록 서민생활 어려워질 것"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일자리'가 올 하반기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동시장은 가장 반응이 느린 경기후행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고용상황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기업들은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않고 있어 신규채용이나 고용유지 측면에서 좀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 재원도 바닥을 보이면서 고액소득자 중심으로 세금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는데 자칫하다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 위원은 "한 달씩 벌어 생활하는 서민층의 경우, 고용과 삶의 질 관계는 굉장히 밀접한데 계속되는 하반기 고용시장 불황에 타격이 크다"며 "기업이 지금 당장 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하반기 산재한 노동 관련 현안들도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방하남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지표가 일자리 문제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비정규직 문제 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면서 "이들이 후행지표로 반영되면 내년 초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은 내년 말쯤 돼야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정부의 공공재정 지출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하반기에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서민들은 이미 삶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체감정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연말이 다가 올수록 더 힘들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석 LG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경기가 안 좋고 고용사정이 나쁠 때 사회 안정망에서 충격을 흡수해 줘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이 일어나기 전까지 정부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마련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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