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기 TV 드라마에서 고민에 빠진 주인공이 수제양복점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 이 주인공 아버지가 국제기능올림픽 양복부문 금메달리스트로 소개되면서 기능올림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9월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최되는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출전 선수들이 여름휴가도 반납하는 등 종합 우승을 위한 남다른 열정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2년마다 열리는 각국을 대표하는 각 분야 기술자들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장인축제 행사로 1950년 스페인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51개 회원국에서 1000명 이상이 참가해 기능 향상, 기능 개발 촉진, 직업 훈련 제도 및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우리나라는 1967년 제16회 스페인 대회에 처음 참가해 총 24번 출전 중 15번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명실상부한 기능강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책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부는 기업에 투입될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 공업고등학교 등 전문계고에서 인재를 키워냈다. '기능을 익히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았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종합우승을 하고 돌아올 때면 서울 시내에서 카퍼레이드가 열릴 정도였다.
그러나 영광은 그 때까지였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내는 기능강국이지만 기능선진국으로 발돋움하지는 못했다. 90년대를 지나면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주도의 기능인력 양성은 뒷전으로 밀렸다. 학력이 과도하게 중시되면서 자연스레 기능경시풍조가 생겨났다.
우수한 기능인을 키워내는 일도 어려워졌지만 우수기능인들이 취업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고 자신의 재능을 키워나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직업교육을 통해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70%가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 요즘 같은 저성장 저고용 시대에 대학 진학이 안정적인 직장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 강국이었던 서유럽도 지금은 기능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직업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 비중을 과도하게 높인 탓이다.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10%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서유럽에서는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제조업 기반이 튼튼해야 서비스업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고 최근 들어 ‘제조업 재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지금 유럽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2013년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금 프랑스와 독일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인력공단이 지방·전국기능경기대회를 통해 매년 전국의 우수한 기능인들을 발굴해 내고 있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로서 대표선수 선발과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을 지원하고 있다.
공단은 삼성, 현대중공업, 보루네오가구와 기능장려 협약을 맺고 지난 2년 동안 169명의 취업을 도왔다.
CNC 밀링 직종 국가대표 이준하 선수(20)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입상해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현대중공업에 취업했다. 이 선수는 “처음에 전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는데 현대에 입사하고 나니 다들 부러워 한다"면서 “좋아하는 일로 직장도 갖고 계속 실력도 쌓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유재섭 공단 이사장은 “저성장, 저고용 시대에 우수 기능인들의 취업이 활성화 된다면, 기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기능인들 채용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는 5000만원, 은메달과 동메달 수상자에게도 각각 2500만원, 1700만원의 상금과 훈장을 수여한다. 그 외에도 국가기술자격 산업기사 자격시험 면제와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는 병역혜택, 동일 분야에 종사할 경우 기능 장려금 지급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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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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