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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못넘겠다” 하이얼의 굴욕

부실한 AS·판매망으로 세계4위 전자업계 고전
와인셀러·미니냉장고 틈새시장서만 명맥 유지


#영등포구에 사는 K씨(35세), 와인에 관심이 많은 그는 와인셀러를 구입하기 위해 하이얼사 홈페이지를 뒤져 가장 가까운 금천구 롯데마트를 찾았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평에 '중국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한 것. 하지만 가전매장 종업원은 "3년전부터 하이얼사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며 LG전자 제품 구매를 권했다. K씨는 황당했지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최대 기업이자 세계 4위의 전자회사인 하이얼이 유독 한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격대비 우수한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에 막혀 근근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얼의 국내 현지법인인 하이얼코리아는 LCD TV광고 등 대대적인 캠페인에도 불구, 좀처럼 제품판매가 늘어나지 않자 최근에는 전략을 바꿔 제품 사용 체험단 모집, 외부 업체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와인셀러, 미니냉장고 등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실한 A/S시스템과 곳곳이 구멍투성이인 판매망 때문에 '악전고투'중이다.


◆하이얼 악전고투 왜?=하이얼 제품이 외면받는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A/S망과 자체 생산공장을 갖추지 못해 부품을 전량 중국에서 공급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A/S비용부담과 긴 수리기간이다.


아울러 가격대가 낮아 마진폭이 작고 잦은 고장으로 고객 항의에 시달리는 판매점에서 하이얼제품 판매를 외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가전유통 전문점 관계자는 "하이얼사 제품은 잦은 고장과 반품 요구로 유통업체로부터 골치덩이 취급을 받는다"며 "한번 고장나면 수리가 워낙 어려워 아예 통째로 제품을 바꿔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하이얼 관계자는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쪽은 자체적으로 전국에 A/S망이 구축돼 있으나 TV와 에어콘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얼사의 마케팅전략도 문제다. '가전제품의 왕'으로 불리는 TV시장에서 하이얼사의 LCD TV가 '사은품' 수준 취급을 받고 있는 게 하이얼 제품군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 캠페인에 협찬으로 참여, 제품 사용자를 늘려 입소문이 퍼져나가기를 노렸던 전략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한 가전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고객들도 단순 생활가전 제품의 경우에는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중국브랜드의 기술력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최근에는 식당이나 와인바 등을 개업하는 업주들이 와인냉장고 등을 주문할 뿐 TV 등 일반 가전제품 판매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틈새시장서 명맥 유지=하이얼은 주력시장인 대형냉장고, LCD TV, 에어컨 등 주요 백색가전 제품시장에서 삼성, LG의 벽에 막히자 가정용 와인셀러, 미니 냉장고ㆍ에어컨 등 소형 가전제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 대용량 와인냉장고의 경우, 판매가격이 하이얼사의 51병입 제품 70여만원, LG전자 65병입 제품 120여만원으로 30%이상 싸다.
이에 따라 한때 와인붐을 타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와인셀러 시장에서 한때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맹위를 떨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최근 LG전자가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하이얼 코리아 관계자는 "비지니스용 와인셀러시장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가정용은 LG전자와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이얼은 이같은 악전고투에도 불구, 국내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꺽지 않고 있다. 최신기술로 무장한 삼성, LG전자 제품에 익숙한 국내 고객 공략의 성공여부가 제품 경쟁력의 바로미터라는 본사의 판단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 지난해 본사의 미엔미엔 총재가 방한한 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적이 있지만 판매가 받쳐주지 못했다"며 "현재는 온라인 판매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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