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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시계아이콘01분 31초 소요

얼마 전, 한 실버타운을 다녀왔습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짧지 않은 역사가 말해주듯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안정적인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의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지요.
그런데 이 실버타운은 요즈음 새롭게 생겨나는 실버타운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습니다. 운영 노하우는 있으나 하드웨어 면에서는 새로운 실버타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요즈음 신설중인 실버타운들은 화려한 외관과 좋은 입지는 물론 최첨단 의료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또한 새로운 수요에 대비하고 또 다른 경쟁력을 찾기 위해 대규모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번 지방 출장 중에 만난 분께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지역에서는 꽤 인지도가 높은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고 비교적 최근까지 잘 운영하고 있지만 좋은 시스템을 갖춘 경쟁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드웨어 면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지요.

며칠 전, 인간개발연구소 양병무 소장으로부터 2시간으로 압축한 ‘로마인 이야기’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창업과 수성’의 관점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풀어낸 쉽고도 깊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문득 이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창업도 힘들고 수성 또한 창업 못지않게 힘들지만 시장의 주기가 점점 빨라져 창업과 수성의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가장 좋은 것은 버릴 ‘성(城)’ 쌓지 않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800년 전 유목민의 지혜가 절실한 때입니다.

창업과 수성, 그리고 기성(棄城 성을 버리는 것)의 무한한 반복, 변신의 귀재가 살아남는 세상이다보니 요즈음 뜨는 혈액형은 ‘C형’이라고 하더군요. 크리에이티브의 첫자인 ‘C’를 말하는 것인데 창조적인 피를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은 세상이라는 것이지요. 한 번의 혁신만으로도 안 됩니다. 지속적인 ‘변신’ 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최첨단 하드웨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입주자들까지 증축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게 한다면 잃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언뜻 듭니다.
최첨단 하드웨어, 그것으로 무장한 실버타운의 경쟁력이 얼마나 갈까요? 실버타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최첨단’은 그야말로 시간과 돈의 문제이지요. 결국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항상 가장 강력한 위협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왕방울 눈과 커다란 눈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인기 여자연예인이 오똑한 코와 V라인의 신인배우들을 보며 위기감을 느껴서인지 오똑한 코와 V라인으로 성형수술을 했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가장 강력한 경쟁도구를 잃게 됩니다. 그렇다고 탁월한 미녀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사람들 또한 그녀를 잃었습니다. 한번 잃은 것은 복구되지 않습니다.
그녀는 우뚝한 코, V라인이란 대세에 위기감을 느꼈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건 ‘대세’ 그 다음을 읽는 지혜입니다. 이곳의 대세를 피해 어떤 여자 연예인은 해외에서 더 주가를 높이기도 하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오늘 하루 C형으로 살아 보시면 어떨까요?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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