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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꼼수가 통하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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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십억원대의 차용금에 대해 검찰청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집요한 추궁을 받자, 국민들로부터 그런 의혹을 받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앵무새 같은 답변을 반복하다가 결국 스스로 자폭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전에 미리 사표를 내고 나갔던 선배기수와 동료기수들만 진짜로 안타깝게 되었죠.


‘안타깝다’는 말을 어떤 경우에 쓰는지도 모르는 뻔뻔스러운 고위공직자들이 그동안 몇몇 있었지만, 잘못된 표현을 현장에서 바로잡아 준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 봅니다.

충분히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다며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지, 당사자로선 당연히 ‘면목이 없습니다’ 라든가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하는 게 순리지요. 마치 ‘자신은 결백한데도 불구하고 터무니없이 의심을 하는 국민들이 안타깝다’는 식의 오만방자함이 한줄 언어에 절절히 묻어 있었습니다.


무더위에 말도 많은 ‘미디어 법’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듯합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귀에 익게 들어온 소리지만 정작 그 내용에 별로 관심도 없고 속사정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만 거기 한 다리 걸쳐서 이득을 보는 신문사와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요.

그 법이 통과돼야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비로소 선진국이 되는 것 인양 허무맹랑한 논리로 끌고 간 여당의 목적지가 바로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와중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시한폭탄을 한 개 만들어서 터뜨리겠다고 협박하는 다수와, 그 시간에 터뜨리면 죽겠다고 협박하는 소수가 참으로 막상막하의 돌쇠들 같지 않습니까?


개헌문제도 그렇습니다. 무슨 개헌이 이번 기회에 안 하면 영원히 기회를 잃고 나라꼴이 어찌 되는 것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억지논리를 갖다 붙이는 꼴들이 촌스럽게도 ‘짜고 하는 도박판’의 냄새가 납니다. 그리 급하고 필요한 것이라면 저절로 국민들이 들고일어났을 문제지요.


정치인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까 고민하는 게 당연 하지만, MB정부는 뭔가 욕을 먹을 게 없나 고민하다가 때가 되면 하나둘씩 던져 놓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잦습니다. 음주하고 흡연하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죄인 취급해 ‘죄악세’라는 기이한 발상을 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하죠.


그렇지 않아도 각종 파파라치들을 양산해서 서로 의심하게 만들고 영세자영업자들이 서비스보다 손님들을 경계하는 데 더 신경 쓰게 만들더니, 마침내 과외시장에까지 파파라치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말았습니다. 실적이 위주라면, 전봇대 뒤에 숨어있었던 추억의 교통단속이 부활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민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 꼼수가 통하는 동네가 재개발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 가을 보궐선거와 내년의 지방자치선거, 실은 이 두 번의 입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임을 알기에 참으로 안타깝게 보입니다.


여의도에 가면 당분간 누가 국민의 편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지붕 두 가족에, 적의 적은 이따금 동지의 미소로 손을 내밀며, 주적이 수시로 바뀌는 혼돈의 정치를 우리는 방관자로 지켜봐야할 때가 많아질 것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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