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기술력’이란 조사가 있었습니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세계 25개국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브랜드 이미지에서 ‘한국 하면 기술력이 연상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국 산업에 대한 선호도 응답에서는 휴대전화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어 가전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기술력’인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의 분발은 우리나라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기술력이 인정된 것으로 보여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요즈음 세계시장에서 앞서 가는 우리 제품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제품뿐 아니라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의 제품들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코트라에서 최근 발간한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제품들’이란 보고서는 신기술과 고품질, 현지 마케팅 등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31개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기업인 다날은 미국시장에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미국에 없는 신기술을 선보인 탓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지 벤처투자기업으로부터 600만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노래방 기기업체인 금영은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을 접목한 콘텐츠를 마련해 가라오케의 발상지인 일본에 노래방기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한경희생활과학은 카펫 바닥이 젖지 않는 스팀살균 청소기를 개발해 미국 홈쇼핑 1위업체에 제품을 납품, 올 5000만달러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산뜻하고 기술력이 답보되는 중소기업 제품들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도 선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브랜드란 이유로 시장에서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중소기업 CEO 87%가 브랜드력이 취약해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만 봐도 중소기업 제품의 디스카운트 현상은 심각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브랜드 관리 수준 격차가 소위 ‘브랜드 약자’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벽을 차별화된 가치 제공과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소비자 신뢰 획득으로 이겨 낸 기업들도 있습니다. 사탕 브랜드인 추파춥스는 작은 사탕에 막대를 꽂아 개별 포장 판매하는 아이디어로 차별화 된 시장을 창출한 후 세계 170여국에서 매년 40억개의 사탕을 50여년 간 판매하고 있습니다.
1978년 창업해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 전기밥솥을 납품해 오던 쿠쿠홈시스는 IMF 외환위기로 주문량이 줄자 자체 브랜드 ‘쿠쿠’를 출시합니다. 당시 일본산 ‘코끼리 밥통’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었지만 출시 첫해 마케팅팀을 신설하고 홍보와 브랜드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한 뒤 서서히 시장을 잠식합니다. 또 중소기업의 약점인 애프터서비스를 철저히 하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자 보다 공격적인 시장 공략으로 점유율을 70%로 올리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동대문시장 같은 소상공 이불시장에 브랜드를 도입해 소비자의 신뢰를 형성하며 성장한 기업도 있습니다. 처음 ‘이브의 자리’로 등록했다 여성을 상징하는 ‘이브’와 이불을 상징하는 ‘자리’의 합성조어인 ‘이브자리’로 브랜드를 변경한 후 대부분의 신규 브랜드가 백화점 위주의 전략을 펴고 있을 때 과감히 대리점 중심의 브랜드로 차별화하여 시장을 확대해 나갑니다. 현재 500여개에 이르는 대리점을 보유해 침구업계 최대의 고객밀착형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엔 강력한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다 브랜드에 대한 설정 잘못으로 실패한 기업도 있습니다. 우유시장 후발주자로 진입한 파스퇴르유업은 저온 살균우유를 선보이며 ‘진짜 우유’ 공방을 촉발시킵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겠지만 20회에 걸친 투박한 디자인의 광고로 소비자에게 우유 생산기술에 따른 효능 차이를 인식시키며 프리미엄 우유시장을 선점해 나갑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도 저온살균 우유를 생산하며 추격해 오자 ‘고름 우유’ 논란을 다시 제기했지만 우유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만 나쁘게 했을 뿐 오히려 우유시장의 위축을 불러 옵니다. 브랜드 이미지의 실패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와 구별하기 위해 표시하기 위한 명칭이나 요즈음은 ‘상품 간에 나타나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로 개념이 진화되고 있습니다. 무형의 브랜드가치가 이익 제고의 수단은 물론 구매 방식과 가격도 결정하고 있습니다. 최고 경영진이 주도하는 일관된 브랜드정책이 중요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데이비스 아커 교수는 저서 <브랜드 경영>에서 “기업이나 제품의 가치제안점이 명확하면 경쟁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용이해지고 고객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치밀한 고객관계가 형성되고 결국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가’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브랜드 전략 강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한국이 세계인에게 ‘기술력의 나라’로 비친 것은 우리 기업들의 내공이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와 가치 창출로 일등 제품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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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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