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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우주쇼, 여의도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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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2일 오전.
이 시간 한반도 상공에서는 달이 태양을 삼키는 우주쇼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태양이 달에 가려지는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자연공부를 싫어했던 사람들도 백과사전을 통해 개기일식이 뭔가를 찾아보는 순간이었습니다.
61년 만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고 이 같은 모습을 다시 보려면 26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시선이 여기에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세기 최대의 우주쇼-이 현란한 쇼는 9시30분에 시작돼 12시10분을 전후해 끝을 맺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이를 지켜보며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신비와 장엄함, 그리고 자연의 섭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같은 시간 많은 국민들은 전화통화로, 문자메시지로 이 모습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개기일식을 봤습니다. 행운이 있으려나....”
“지금 해가 달이 됐습니다. 빨리 하늘을 보세요.”
“택시타고 일보러 가는 중인데 운전기사가 내려서 개기일식을 보라는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행운을 놓치지 마세요.”
“선글라스 가지고 왔나요? 지금 하늘을 보세요. 26년 후에나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7월22일 오후.
이 시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불법이 법을 삼키는 장엄한(?) 여의도쇼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대화와 토론보다는 몸으로, 힘으로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전쟁터가 이처럼 격렬할 수 있을까요?


몸싸움과 난투극, 아수라장이 된 그 모습은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뛰고 있을 시간인데도 시청률이 엄청 높았다고 하네요. 서로가 멱살을 잡고, 집기가 던져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며 뒤엉킨 의원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한 여의도쇼는 그동안 애써 쌓아온 ‘한국의 가치’가 짓밟히는 현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같은 시간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전국언론노조가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며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던 오전 상황과 다름없이 많은 국민들은 또 한 차례 전화통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했습니다.


“TV를 켜세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짓밟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격투기선수들이 국회의사당에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음 선거 때는 유도선수 출신들을 국회로 보냅시다.”


“정치인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의원님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놓치지 마세요.”


장엄한 우주쇼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여의도쇼를 보며 어제 하루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분노를 사지 않고 순조롭게 일을 추진하는 방법은 없을까?”
“분노 하지 않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내면 정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들의 불평도 없어질 것입니다. ‘정치인 없는 정치’는 불가능할까라는 질문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61년 만에 전개되는 우주쇼를 보듯 신뢰를 보내며 환호와 감탄사가 쏟아질 것입니다. 우주쇼를 보며 자연의 섭리를 떠올리듯 여의도 의사당을 보며 신뢰의 섭리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인코칭의 뉴스레터에 실린 캘리포니아에서 온 편지(이희경의 코칭칼럼)에 답이 될 수도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11살짜리 아들 녀석이 미국의 학교에 한 달 남짓 다니고 난 후 변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 어머니의 편지내용입니다.


<“엄마, 지난번에 심장병 어린이 돕기 사인했던 것 있잖아요. 난 여기 아는 사람이 없어서 3명밖에 사인 못 받았지요. 다른 애들은 다 10명도 넘게 사인 받아왔다고 내가 걱정했던 것 생각나요?”


“그래, 왜? 선생님이 더 받아 오라셔? (약간 짜증스러운 기분… 이 곳에 아는 사람이 3명 밖에 없다고, 그래서 애가 걱정한다고 메일까지 보냈는데…)”


“아니요, 오늘 선생님이 날 부르더니 미국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3명이나 사인 받은 건 대단한 거래요. 선생님이 ‘땡큐 카드’도 주셨어요.”


카드를 열어보니 ‘네가 사인 받은 세 사람이 아마도 네가 미국에서 아는 모든 사람일 것이다. 선생님은 네가 이걸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 것을 안다. 네 노력을 칭찬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내가 여기서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다음엔 사인 더 많이 받을 거예요.”>


“학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아들은 요즘 “미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학교”라고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어디서 나올까요? 그 동력은 상호신뢰,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진솔한 커뮤니케이션, 긍정적인 피드백에서 나옵니다.


“정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들이 “요즘 한국에서 제일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치”라는 대답을 듣고 싶지 않습니까?


‘승자는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누가 승자를 만들어냅니까?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스스로 무릎을 꿇을 때 거인이 거대하게 보인다는 말이 떠올려지는 아침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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