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의 슈퍼슈퍼마켓(SSM)확장일로로 인해 골목상권이 초토화되고 있다. SSM으로서는 유통망과 매출처를 골목 골목의 작은 모세혈관까지 침투하는데 성공한 반면 중소상인들은 SSM과 게임의 룰도 통하지 않는 싸움에서 백전백패를 거듭하고 있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현장을 조사해 보니, 중소상인들이 체감하는 SSM 진출에 따른 골목상권의 변화는 단순한 매출감소 뿐만이 아니다. SSM의 도를 넘은 마케팅과 사은품 제공으로 소비자들의 눈이 한껏 높아지고 자연 동네슈퍼에도 비슷한 가치를 원하게 된다. 동네슈퍼와 SSM에 납품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SSM의 말을 듣게 된다. 매출은 줄지만 상권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임대료가 올라가고 자연히 골목 더 안쪽으로 밀려나거나 퇴출되는 것이다.
판매전략의 최우선인 가격경쟁력에서 당장 차이가 확연하다. SSM은 손님을 끌기 위해 특판상품 패키지를 구성해 매일 순번에 따라 덤핑가격 수준으로 할인판매를 진행한다. 특판상품으로 선정될 경우, 주변의 동일업계 상점은 개점 휴업상태가 된다. 예컨데 삼겹살 100g을 기준 SSM이 870원에 판매한다면 동네식육점에서는 1670원에 판매된다. 야채/청과 는 요일별 할인, 주말반짝할인, 선착순 할인이 벌어지고 음료, 과자는 하나더 판매, 반값 판매가 비일비재다.
실제로 오는 7월 오픈예정인 서울의 한 SSM의 경우 개점 두달 전부터 수십명의 고객모집인원을 채용해, 인근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는 물론 동네슈퍼 앞에까지 와서 지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포인트카드 회원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사은품(캐리어 형 장바구니)도 덤으로 주고있다. 가게 앞까지 와서 연일 고객카드 모집행위를 하는 통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아 경찰에 영업방해 신고를 하고나서야 중단됐다.
한 지역의 동네슈페서는 원가 4000원짜리 간장을 3500원에 팔려 했다. SSM측에 압력을 받은 납품업체가 슈퍼 주인을 찾아 가격을 내리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SSM 납품을 빼앗길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재래시장 상인회는 SSM측과 면담을 벌였으나 입점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입점을 앞두고 재래상인측과 면담을 했다는 명분만 준 셈이다.
가게주인들의 호소는 절박하다. 서울의 한 농산물가게주인은 "나이 먹은 두 사람이 월세 65만원 내고, 공과금 내고, 밥만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된다"고 호소했다. "프로권투에서도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싸움을 붙이지 않는데, 대기업에 대해 맨주먹으로 싸우게 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다" "손님이 없어 낮술만 마시고 보내는 날이 많다" "아무도 믿을 수없다."
"SSM이 들어온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수퍼가 아니다. 그저 담배 가게일 뿐이다"는 서울의 한 마트주인의 말이 중소상인들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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