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폴터(잉글랜드ㆍ사진)가 US오픈 기간동안 진흙이 잔뜩 묻은 자신의 볼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팬들에게 공개해 화제가 됐는데.
이번 US오픈은 첫날부터 폭우로 파행이 거듭되면서 선수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특히 페어웨이가 진흙탕이 되자 볼을 닦을 수 있게 허용하라고 요청했지만 완고하기로 소문난 미국골프협회(USGA) 경기위원회는 이를 묵살했다.
골프규칙에서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을 때 불을 닦을 수 있는 로컬룰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폴터는 그러자 휴대폰으로 자신의 볼을 찍어 팬들이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려 USGA에 간접적으로 항의했다. "볼이 이 정도인데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하겠느냐"는 항의의 뜻이었다.
폴터는 또 최근 유행하는 트위터를 통해 "드라이브 샷이 바람 때문에 235야드 밖에 나가지 않았다. 완벽한 3번 우드 샷이 벙커에 빠졌다."고 전했다.
폴터의 휴대폰 사용은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흥행'을 위해 선수들에게 권장하고 있는 서비스라는 것도 아이러니다.
경기 도중 팬들과 소통을 주고받아 PGA투어의 인기를 높이려는 발상이 오히려 투어에 대한 항의의 도구로 사용된 셈이다. 사실 골프규칙은 인공의 기기, 비정상적인 장비와 비정상적인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실격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위원회는 선수들의 불만을 의식했는지 폴터의 비정상적(?)인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는 규칙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장비의 사용이 특정 선수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지 않았을 경우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한 것. 선수들이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상황을 전달할 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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