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비상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중 일부를 축소하기로 해 금융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이번 비상유동성 축소 조치로 FRB가 전례없는 시장개입을 끝내기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RB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 비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중 기간입찰대출창구(TAF)와 기간물 국채 임대 대출창구(TSLF)를 축소키로 했으나 그 외 프로그램의 경우 운용시한을 연장했다. FRB는 이날 성명에서 "금융시장의 상황이 최근 몇 달 간 개선됐다"면서 "그러나 아직 여러 부문에서 시장 기능이 약화돼 있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RB는 TAF의 입찰 규모를 다음달 17일부터 기존의 1500억달러에서 1250억달러로 축소키로 했다. FRB는 "만약 시장의 상황이 계속 개선된다면 TAF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더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AF는 입찰방식으로 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입찰규모가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지적됐다.
이와 함께 TSLF 규모도 축소됐다. 유동성이 떨어진 채권을 담보로 국채를 빌려주는 프로그램인 TSLF의 규모는 기존의 6000억달러에서 최대 5000억달러로 줄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기관 채권을 담보로 하는 '스케줄 1 TSLF'은 다음달 1일까지만 운영된다. 투자 적격 회사채, 지방채, 모기지담보채권, 자산담보부증권 등을 담보로 하는 '스케줄 2 TSLF'의 경우에는 기존의 격주 입찰에서 4주 입찰로 바뀌었으며 규모는 기존의 200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축소됐다. TSLF 옵션 프로그램(TOP)도 6월까지만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FRB는 시장 기능이 아직 약화돼 있는 점을 감안해 프라이머리 딜러 대출창구(PDCF), 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머니마켓펀드 유동성대출 창구(AMLF), 기업어음 자금대출 창구(CPFF) 등의 운용시한은 내년 2월1일까지로 3개월 연장했다. FRB는 "시장 상황이 아직 취약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당분간 PDCF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RB는 올 연말 운용시한이 만기되는 기간 자산 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의 연장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FRB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브라질, 캐나다, 영국, 일본, 유로존 등 13개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 기간도 3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FRB가 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일부 비상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면서 시장은 금융위기의 최악의 시기가 이제 지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위기는 완화됐고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면서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장의 기능이 여전히 약해져 있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정상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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