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날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 강연'과 관련 뜨거운 공방을 이어갔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조문정국화 북한 핵실험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데 어제 김대중씨가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이야기했다"며 "경제 위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그냥 가만히 침묵을 지켜주는 것만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도와주는 길임을 명심해주기를 바란다"고 강력 비난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김 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대통령을 실제적으로 독재자로 규정하고 선동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과연 한때 국민과 나라의 생존을 책임졌던 전직 국가원수가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당5역회의에서 "김대중 정권은 3대 의혹사건을 조작해서 나와 한나라당을 핍박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고, 관계자가 형사처벌됐다"며 "국정원이 불법도청해서 정치공작까지 했던 김대중 정권시절이 민주주의 시대이고 지금은 독재인가, 좌우대립과 투쟁을 선동하지 말고 조용히 계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국민 몰래 혈세를 5억달러나 독재자 김정일에게 상납하고 만났는데 그런 굴욕적인 일을 기념해 행사를 한다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틈만 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강하게 이어갔다.
정세균 대표는 "박연차 수사 본질은 천신일과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로 연결되는 대선자금이다" 며 "검찰은 이런 본질을 놔두고 기획에 의해 정치보복을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하게 만들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씨는 김대중씨로 운운하며 기본예의도 없는 저급함을 보였다" 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야말로 전직 대통령 죽이기 광풍에 휩싸인 듯하다, 정치보복성 검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한 죽음을 맞은 것도 모자라 이렇게 처참하게 전직 대통령을 비난해야 살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말이 분열이라고 했지만, 그러면 자신들이 언제는 통합의 정치를 했느냐, 모두가 남의 탓만 하고 있다" 며 "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은 의견이 다른 사람이나 적과도 대화하는 것이 소통이지 자기들끼리 하는 것은 짝짜꿍이다"고 비난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11일 강연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정의롭게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는 것은 용서 안 된다"며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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