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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 세 가지 시나리오, 현실은?

뉴욕 증시는 하반기 경기 바닥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주 실업률이 2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미동조차 없었다.

하지만 국채 시장은 달랐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10년물은 물론이고 2년물 수익률도 급등한 것.

대다수의 투자가들은 낙관적인 경기 전망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하반기 바닥을 다진 후 완만한 성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동원한 처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투자가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 선순환 =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소비와 고용 증가의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마침내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경기 침체가 완전히 진화된다.

물론 가계와 정부 부채를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을 범위 내에서 통제된다.

선순환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 이익과 경제 성장이 본격화되고 2010년에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주가는 S&P500 지수가 1000~1100의 박스권에서 안정을 찾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

BNY 멜론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리오 그로스키는 "이 경우 경기 회복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없이 연방기금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3.80% 선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과민반응 = 정부의 처방에 경기가 지나치게 반응할 경우 과열로 치닫게 된다.

FRB를 포함한 금융권에서 쏟아부은 유동성이 주가와 하이일드 회사채는 물론이고 원자재를 포함한 위험 자산까지 가격을 끌어올린다.

현재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과열 시나리오에 가깝다. 이미 S&P500 지수는 지난 3월 저점 이후 40% 가량 올랐고, 하이일드 채권 역시 31% 상승했다. 유가는 2월 이후 100% 급등했다.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가인 제임스 스완슨은 "증시 주변에 엄청난 유동성이 대기하고 있어 시장은 유동성 홍수에 빠진 상태"라며 "이는 강세장으로 향하는 좋은 출발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과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 촉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달러화는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강하게 상승한다. FRB는 금리를 억누르기 위해 국채 매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리버스스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조이는 "최근 자산 가격은 건전한 경제 정책에 의해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정 부분 불가피한 정책이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과열 시나리오가 펼쳐질 때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투자 심리를 자극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역부족 =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책에도 과도한 부채와 취약한 금융 시스템, 고용 악화 등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경제 펀더멘털은 더 악화된다. 이미 9.4%까지 치솟은 미국 실업률은 10%를 넘어설 수도 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회복을 확인할 때까지 투자와 고용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잔뜩 움츠린 기업들은 재고 줄이기에 사활을 건다.

이 경우 주택 가격 하락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이 더 악화된다. 숨통이 트이는 듯하던 신용시장도 다시 교착 국면으로 빠져든다.

투자가들은 지난 3월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한 검증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3월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는 얘기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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