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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존엄사 인정 확정 판결(종합)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는 대법원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1일 오후 2시 환자 김모(여ㆍ77)씨의 자녀들이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암 조직검사를 받던 중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연명치료를 이어왔으며, 김씨 자녀들은 어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28일 '인공 호흡기를 제거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고, 2심인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도 1심과 같이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10일 선고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돼야 하고 ▲주치의 판단 뿐 아니라 제3의 중립적 의료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며 ▲치료가 현재 상태 유지에 한정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6일 사건의 중요도를 감안해 '존엄사 소송'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으며, 30일에는 공개변론을 열어 주치의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절차를 거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환자가 의식 회복 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춰 짧은 시간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며 "환자의 의사결정은 사전 의료지시에 의해 이뤄질 수 있고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함에 있어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참고해야 하고, 환자가 평소 일상생활을 통해 한 의사표현과 환자의 나이ㆍ치료의 부작용ㆍ환자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 그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 대해 4인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제출했고, 2인의 대법관들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2인의 대법관들이 연명치료 중단의 법적 판단절차에 대해 별개의견을 각각 제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생명권 존중의 헌법 이념을 기본적 토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우리 삶의 최종단계에서도 환자자신의 자율적 결정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법해석을 통해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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