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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
오는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대한민국에선 두개의 록페스티벌이 각각 열린다. 인천에서는 제4회를 맞는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경기도 지산에서는 첫회를 맞는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이 록마니아들을 불러모을 예정.
그리 많지도 않은 록마니아를 상대로하면서 왜 굳이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맞붙을까. 과다 출혈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1차 라인업 발표 기자회견장에는 한숨과 분노, 개탄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물론 그 상대는 지산 밸리다.
이미 대한민국 대표 록페스티벌로 꼽히는 펜타포트가 새로운 록페스티벌의 출현을 경계한 것일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시아경제신문이 그 복잡한 사정을 파헤쳐봤다.
# 스승을 배반한 제자?
옐로우 나인이 기획한 지산 밸리는 펜타포트의 '제자 뻘'이다. 펜타포트 주최사 아이예스컴은 지난 3년간 공연기획사 옐로우 나인과 함께 이 록페스티벌을 이끌어왔다. 아이예스컴은 주로 행정업무에, 옐로우 나인은 주로 아티스트 섭외 및 무대 구성 등에 관여한 것. 옐로우 나인의 김형일 대표는 아이예스컴의 윤창중 대표가 '키운' 사람이다.
아이예스컴 윤창중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옐로우 나인의 김형일 대표는 10년 전 내가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아서 정사원을 시켜주고, 일을 가르친 사람인데.."라고 말을 흐렸다.
그랬던 김대표가 펜타포트와 맞붙는 록페스티벌을 따로 기획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2월까지 펜타포트 측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윤 대표는 "김대표가 오아시스 섭외건까지 이야기하는 등 올해도 우리와 하는 것처럼 말하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따로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윤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2006년 펜타포트를 진행하면서 양사는 계약도 맺어뒀다. 옐로우나인이 향후 5년간 동종의 축제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것. 그래서 아이예스컴은 2010년까지 양사가 공동으로 한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
# 뜻이 달랐을 뿐
이에 대해 옐로우 나인은 점차 뜻이 달라진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옐로우 나인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의견 충돌이 잦았다. 옐로우 나인이 개선 사항을 아이예스컴과 인천시 측에 충분히 전달을 했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옐로우 나인의 한 관계자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 인천의 무대 주위에 아파트가 건설되는 등 페스티벌에 적합하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같이 할 수 없다고 여러차례 말씀드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따로 하기로 결정을 했고, 우연히 지산 측 관계자들과 만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부분은 오아시스 등 아티스트 섭외를 언제 했냐는 것. 옐로우 나인이 펜타포트 시절 섭외했던 아티스트를 모두 데리고 나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지산 밸리의 아티스트 섭외는 3월부터 시작했다. 결코 펜타포트의 아티스트를 챙겨나온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에 따르면 오아시스 및 몇몇 아티스트와는 2월 전부터 록페스티벌 출연 협의가 오가긴 했다. 다만 가수 측은 '여름, 한국 록페스티벌에 선다'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
처음 논의 당시는 펜타포트 였지만 옐로우 나인이 지산 밸리로 '갈아탐'으로써 오아시스가 서는 무대도 달라지는 게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아티스트 섭외를 한 것은 옐로우 나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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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날짜도 같을까
물론 옐로우 나인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특히 페스티벌 날짜까지 같다는 것은 공연 업계에서 너무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펜타포트는 7월말 인천에서 록페스티벌을 연다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 이 상황에서 첫회를 맞은 지산 밸리도 7월 말로 날짜를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펜타포트 측은 "한 시기에 두가지 록페스티벌이 상생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옐로우 나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에 절대 굴하지 않고, 지산 밸리에 지지 않는 록 페스티벌을 만들겠다"고 각오도 단단히 했다.
옐로우 나인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후지락 페스티벌과 아티스트를 같이 섭외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7월말에 개최해야 했다. 펜타포트와 날짜가 겹쳐서 펜타포트 측에 날짜를 바꾸는 건 어떻겠냐고 건의했으나 펜타포트가 밀어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예스컴에서는 새로 생긴 록페스티벌이 기존 록페스티벌에게 '비켜'라고 한 것이니 황당했을 수 있다. 옐로우 나인의 이 관계자는 "날짜는 아티스트 섭외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욕 먹을 각오는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대한민국 대표 록페스티벌로 자리잡은 펜타포트 조차 적자를 기록했다는 상황에서, 같은 날 따로 맞붙은 두개의 록 페스티벌이 얼마나 피를 흘릴지 공연관계자들의 근심걱정이 줄잇고 있다.
한 공연관계자는 "어쨌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 "이를 돕기 위해 어떠한 방법이 실현 가능한지 업계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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