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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강철중'-'신기전'은 절반의 성공일 뿐"(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정재영은 겸손이 너무 과해도 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다. 충무로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며 주연급 배우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조금이라도 칭찬하는 말이 시작되면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스타라는 말보다는 옆집 아저씨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바로 정재영이다.

정재영의 장점은 평범함에 있다. 흔히 말하는 소시민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정려원과 출연한 영화 '김씨 표류기'에는 소시민 전문 배우 정재영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멀쩡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빈 구석이 있는 '김씨'는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잘 겹쳐진다. 이런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도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정재영은 분명 충무로의 '명품배우'다.

● "송강호에게 갈 시나리오가 왜 내게?"

"제가 읽어봤던 시나리오 중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재미있었어요. 제 아내가 영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게 왜 당신한테 갔어? 송강호씨에게 가야 하는데 잘 못 온 거 아냐?'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완성도를 떠나서 설정 자체가 너무 신선했어요. 요즘 웬만한 장르 영화는 다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김씨 표류기'는 설정도 기발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었어요. 걱정이라면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김씨 표류기'는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여의도 밤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 김씨와 은둔형외톨이 여자 김씨가 원거리에서 몇 개의 단어로만 감정을 교류하다 만나게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 구성은 단순하지만 소설 '로빈슨 크루소'나 영화 '캐스트 어웨이'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가 있다. 그건 아마도 1000만 인구가 뒤섞여 살지만 소통의 통로는 점점 좁아지는 현대 대도시 사회의 막막한 인간관계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7~8kg 빼고 수염, 손톱, 발톱 길러 원시인 됐죠"

정재영은 이 영화를 준비하며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다시 봤다고 했다. 참고한 부분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 영화는 정말 고립된 무인도에서 탈출하려는 거고 이건 대도시 안의 작은 섬에서 탈출하지 않고 살려는 사람 이야기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참고할 부분이 없었다고 답했다.



생태보호구역인 밤섬에 표류하며 수개월을 지내는 인물을 표현하느라 7~8kg을 빼기도 했다는 그는 밤섬과 충청도 청원, 충주 등지를 오가며 카메라 앞에서 홀로 표류했다. 대책 없이 기른 머리와 수염, 손톱, 발톱이 분장과 더해져 '김씨' 정재영은 주위 사람들에게 폭소를 선물하는 원시인으로 변신하기에 이르렀다. 영화를 위해 생애 처음으로 하반신을 노출했지만 "청소년에게 유익하고 무해하다는 이유로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며 웃었다.

'김씨 표류기'에서 남자 김씨가 홀로 표류하며 애타게 꿈꾸는 단 한 가지는 자장면을 먹는 것이다. 인스턴트 자장면 빈 봉지에서 분말스프를 발견한 그는 엉뚱하게도 직접 면을 만들어 먹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봉지에 적힌 '희망소비자가격'에서 발견한 희망이다.

● "'강철중'-'신기전',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

정재영이 뛰어난 연기자인 것은 그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과 과정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김씨가 자살하려다 배가 아파 엉덩이를 까고 일을 보다 사루비아 꽃잎을 빨아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소금이 없어 땀을 모아 양념처럼 뿌리는 장면,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붙이려다 라이터로 담배를 피는 장면 등은 정재영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가 몸에 익혀져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주는 대표적인 예다.

정재영은 자기 자신에게 냉철한 배우다. 지난해 흥행작 '강철중: 공공의 적1-1'과 '신기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단정지었다. '신기전'에서는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강철중'에서도 이전 시리즈의 악당들을 능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는 부분도 있다. 많은 팬들은 그의 압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소탈함에 끌린다는 것이다. '김씨 표류기'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영화이고, 정재영 또한 매력적인 '명품배우'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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