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사들의 차입금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최근 일부 상장사들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연초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코스닥사들의 자금상황이 이전에 비해 크게 호전된 모양새다. 거침없는 증시 랠리에 자금시장도 선순환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내린 코스닥 상장사 수는 모두 17곳. 지난 1월 11개사 → 2월 16개사 →3월 25개사 등으로 점증하던 증가세가 1분기말을 기점으로 한풀 꺽여가고 있다. 특히 단기차입금 감소 결정을 내린 코스닥 상장사 수는 지난달 12곳으로 집계됐다. 1월 1개사, 2월 2개사, 3월 2개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최근 안정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경기회복을 알리는 시그널이 속속 나타나면서 기업의 자금 상황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최근 단기차입금 상환 결정을 내린 상당수 기업은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기존 보유주식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기업들은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기존 차입금에 대한 상환 결정을 내리는 곳도 늘고 있다.
변준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들이 굳이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고 있다"며 "유증이나 전환사채 발행이 맥을 못췄던 지난해 말보다 돈맥경화는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회사 자본금의 6%인 25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줄이기로 했다고 공시한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30일 관계회사 주식매각을 통한 기업효율화를 명목으로 이노디자인 주식 4만주를 매각, 43억6540만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엔알디는 지난달 29일 자기자본의 25%에 해당하는 단기차입금 50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상환 후 단기차입금은 기존 80억원에서 30억원으로 급감했다. 엔알디는 제3자유상증자 방식으로 공모를 실시, 123만5696주를 발행해 26억9999만원을 조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차입금 감소 결정을 내린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단편적 사실 하나만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금사정이 완전히 호전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예전처럼 단기차입금을 많이 늘리지 않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차입금 증가결정을 내린 기업이 여전히 감소 결정을 한 기업수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것. 일부 코스닥업체들은 지난해 초반 자금을 대거 빌린 이후 최근 만기가 돌아오자 차입금 돌려막기 방법으로 위기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하고 있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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