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 모터스(GM)의 지난 1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큰폭의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보유현금이 바닥을 드러내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했음을 예고하고 있다.
◆실적, 예상보단 양호했지만...=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GM의 1분기 손실은 주당 9.66달러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0.97달러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224억달러를 나타냈고, 순손실은 59억8000만달러(주당 9.78달러)로 전년 동기의 33억달러(주당 5.74 달러)에서 2배 가량 확대됐다.
이로써 마지막으로 흑자를 기록한 2004년 이후의 누적적자는 작년 4분기까지 820억달러에 달했다. 1분기 자동차 사업 조정 후 영업손실은 39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8억800만달러에서 한층 더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GM의 적자폭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적었지만 매출은 거의 전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해 미 정부가 설정한 자구안 마련 기한인 6월 1일까지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어거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케빈 타이난도 "자구력을 입증할만한 기간이 몇 주 밖에 남지않은 가운데 이 같은 실적을 낸 것은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파산으로 새출발하는 것이 최선의 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 3월 30일, GM이 제출한 자구안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6월 1일까지 2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후 GM은 4월 27일에 '폰티악' 처분과 2개 공장의 추가 폐쇄를 결정하는 한편 2010년말까지 노조원의 고용을 최소 7000명 줄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7일에는 사무직과 임원 가운데 추가 감원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 4월 27일에 제시한 채무해결 방안에는 재편 후 GM의 지분에 대해 미 정부가 최소 50%, 노조의 건강보험기금이 39%, 무담보 사채 보유자가 10%, 기존 주주가 1%를 보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채 보유자에게는 원금 1000달러에 대해 22주를 맞교환하자고 제안했지만 GM이 목표로 하는 부채 압축을 달성하려면 90% 이상의 보유자가 이에 따라야 한다. 프리츠 헨더슨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달 25일까지 이것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에는 파산보호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정부 지원금도 바닥 = 이런 가운데 정부의 지원자금 154억달러로 연명해온 GM의 보유현금은 116억달러로 감소해 회생 가능성은 한층 요원해졌다.
GM의 레이 영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보유자금은 116억달러로 작년 말 142억달러에서 크게 감소했다. 1분기 영업 캐시 플로는 마이너스 102억달러였다.
그나마 영 CFO는 4분기에 실시한 구조조정으로 30억달러의 비용을 줄인 것이 도움이 돼 보유자금 유출은 지난 2월 미 재무부에 제시한 전망보다는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매출 급감의 원인은 판매 부진에 따른 글로벌 생산이 40%나 감소한 데 있다고 해명했다. GM의 1분기 생산 대수는 90만3000대 감소했다.
GM은 5월을 넘기기 위해선 미국 정부로부터 26억달러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 CFO는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해졌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절차를 끝내겠다고 말해 그 역시 운명의날을 받아들일 채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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