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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GM 배짱만 키워준 정치권

인천 부평을 출마자 성급한 공약...GM 지원거부 빌미 제공할까 우려

29일 인천 부평 을 재보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GM대우를 둘러싼 여ㆍ야 출마자들의 공약이 자동차 업계는 물론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기 때문이다.

열띤 선거유세를 통해 야당은 추경예산 편성에 의한 GM대우 자금지원을 약속했으며 여당 역시 지도부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그러나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GM대우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느 것 하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약속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정치권의 의도와는 달리 연이은 지원 언급이 GM대우에게는 오히려 악재다. GM대우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일축하고 한국 정부에 짐을 떠넘기고 있는 미국 GM 본사에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를 포함해 최근 한국의 동향을 모를리 없는 미국 GM의 행보는 말 그대로 꼴불견이다. 레이 영 GM 최고재무총괄(CFO) 부사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기자단과 만나 "GM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해 이역만리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여러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최대주주의 입장에서 할 말이 아니다. GM대우 측에서 황급히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자 "포기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GM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은 재차 강조했다.

꼭 자동차 산업과 관계된 사람이 아니라 해도 GM의 모습에서 쌍용차를 버린 상하이차를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쌍용차에 자금 지원을 약속하다가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나자빠진 상하이차에 우리 자동차 업계는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었다. 물론 GM본사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어려움에 빠진 자회사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모 기업으로서, 또 최대주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산은에 대한 지분 매각설도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둔 어제까지 GM대우를 지원하겠다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목소리는 드높았다. 그러나 GM대우 문제에 대해 GM을 비판하는 후보는 없다. 의석 늘리기에 급급한 정치권의 행태가 제 2의 상하이차 사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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