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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시장을 통해 본 경기회복론

'투심' 대변하는 상품가격..경기 대표성은 떨어져

구리값이 4주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유가가 연일 50불을 넘나드는 등 상품가격 강세가 지속되자 글로벌 경기 또한 상품가격과 마찬가지로 조기회복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바닥은 지났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뿐 조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희망은 금물이다.

금융위기에 기초한 현재의 경제침체 상황에서는 주요 상품가격이 실질 수급요인에 의해 형성되기보다는 주가와 마찬가지로 투심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상품가격이 오른다고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고 주가 또한 현재의 상승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엔 위험하다.

이미 구리가격의 움직임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투심의 향방을 대변한다고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만큼, 구리값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투심이 유지되고 있다'는 시그널은 얻을 수 있지만 그 이상에 대한 기대는 무리라는 얘기다.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브라질 등 주요 이머징마켓 증시가 과열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구리와 원유, 백금을 비롯한 일부 상품가격 또한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것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FRB의 미국채 매입, 美재무부의 1조달러 부실자산을 매입, 일본당국의 1530억달러 부양안이 차례로 발표돼 시장이 한껏 달아오른 것이 사실이다.
뿐만이니라 지난 3월에 발표된 美주택판매지표가 예상밖 호전을 보이고, 30년모기지 이자율이 사상최저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거시경제측면에서도 바닥을 다지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기업회계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美금융기관을 비롯한 주요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예상을 상회하는 등 공포의 대상이었던 4월어닝시즌이 오히려 증시 및 상품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 기대감, 또는 일회성 호전 등에 기댄 허상이라면 글로벌 자본시장은 또 한번 언제 붕괴될 지 모를 사상누각을 키우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것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의 바램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사태를 통해 학습했듯이 정석을 따르지 않고 꾀와 재주를 부리며 급팽창하는 시장은 결국 패망하고 만다.

따라서 일부 상품가격이 급등을 뒤로하고 최근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은 반가운 조짐이다. 긍정적인 이슈를 반영해 바닥을 지키면서도 지나친 기대나 망상보다는 현재 경제상태를 사실대로 반영한 건강한 가격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은 상품시장 투자자들에게 뿐만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4월6일 이후 이머징마켓 증시의 랠리 폭발을 통해 시장은 이미 '돈이 돌고 있다'는 점을 감지했다. 조정 뒤에는 상승장이 또다시 찾아올 것임은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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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용 금속가격...'백워데이션'이 시작됐다.

최근 구리값이 급등하자 상하이거래소와 LME(런던금속거래소)에서 동일만기 구리값의 가격차이가 벌어져 거래소간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며 구리값 급등에 제동을 걸었다.

이어 지난주 LME 구리, 아연, 납 등 주요 산업용 금속선물가격에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나타나 '드디어 조정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물론 최근 자본시장내 주요 이슈들이 하루짜리로 전락함에 따라 상품가격의 조정도 하루짜리에 그치는 양상이지만, 백워데이션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워데이션이란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가격보다 비싼 상태를 말하며, 이는 향후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것임을 암시한다.
LME에 이어 COMEX 구리선물가격에서도 15일이후 백워데이션현상이 나타났다.

하단:COMEX 12월만기선물가격-4월만기선물가격(보라색)
COMEX 5월만기선물가격-4월만기선물가격(녹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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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E 구리값이 톤당 4000달러에 육박하던 3월 중순부터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 전문가들은 매도를 권고한바 있다. 스탠다드앤 차타드 애널리스 주디 후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속가격 대부분이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현재 가격수준이 너무 높아 중국 SRB(State Reserves Burea)의 금속 매입은 당분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LME 금속가격은 급히 오른 만큼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주 발표될 3월 美주택구입, 내구재 주문 등 경제지표가 전기의 반등을 뒤로하고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들 지표의 실제 하락이 확인된다면 美, 中, 日 등 주요 국가의 추가 부양안 발표나 금융기관 이외 주요 기업의 실적 호전이 확인되지 않는 한 구리 및 산업용 금속가격은 조정을 받을 것이며, 이는 증시에도 조정의 시그널로 작용할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돈이 돌고 있음이 확인 된 상황에서 바닥을 낮출 만큼의 깊은 조정은 예상되지 않는다.
그동안 주요 국가들의 횡보를 통해 어떻게든 시장을 살려낼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고 일부 경제지표들의 호전이 속속 확인된다면, 조정뒤에는 조정을 만회할 만큼의 상승은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원유..."현재 가격도 너무 비싸"

4월17일 금요일 NYMEX 5월만기 WTI선물가격은 장외거래 종가기준 50.33달러.

산업용 금속 및 일부 곡물 가격이 지난 4월 6일을 기점으로 증시와 함께 급등하며 과열양상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가는 3월26일 54.66달러를 고점으로 하락해 이렇다할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48~52달러 박스권에 갇혀있다.

美원유재고량이 19년내 최대를 기록하는 등 수요감소가 가시화된데다, 이미 EIA 및 OPEC의 2009년 예상평균인 54달러 부근에 있어 새롭고 강한 펀더멘털상의 호재가 등장하지 않는한 급등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OPEC 에너지 수석 에널리스트 탐 벤츠는 "OPEC 가입국들이 일평균 100만배럴씩 감산한다해도 수요감소로 원유재고가 쌓여 가격 급등은 불가능할 것이며, 현재 가격도 너무 높다"고 분석했다.

CFTC의 거래동향분석 결과 지난주 WTI 투기적순매수는 전주대비 60.28% 감소한 4962건을 기록, 현시점에서는 투기거래자들조차도 원유가격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섣불리 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

美원유재고량이 수입원유재고량에 민감한 나머지 WTI 인도지인 쿠싱지역의 재고량 감소분은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美원유재고량 하락속도는 둔화될 것이라는 지적만이 글로벌 증시 상승과 함께 현재 유가 하방지지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웰스파고, 골드만 삭스, JP모건에 이어 씨티그룹까지 시장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을 독려하고 있지만, 수요감소 우려에 유가는 좀처럼 반응하지 않고 있다.



◆ 금값 하락 지속...반등시도마다 좌절

4월6일 이후 증시 과열로 인해 인플레 헷징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돼 반등의 기미를 잡는듯 했던 금값이 또다시 밀려 결국 지난 금요일에는 최근월물 가격기준 870달러마저 붕괴됐다.
COMEX 6월만기 금선물가격은 금요일 장외거래 종가기준 온스당 867.9달러로 1월2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타 귀금속에 비해 금값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최근 금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은 바 있는 은가격 또한 급락세다.
미국 및 주요국가들의 물가지수가 하락일변도를 기록한 것이 지난주 확인되면서, 그나마 금값을 지탱하던 인플레 우려마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가 대대적인 조정을 받지 않는한 단기 반등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백금과 팔라듐은 금, 은보다는 형편이 조금 낫다.
3월말 이후 유동성 폭증의 수혜를 입은 것은 금, 은이 아니라 백금과 팔라듐이기 때문이다.

백금과 팔라듐은 귀금속으로서 매력뿐만 아니라 자동차 휠 등 산업용 금속으로서의 수요도 있고, 작년 7월 고점대비 현재 가격 수준이 금이나 은에 비해 현재하게 낮아 가격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 곡물 및 농산물은 품목별로 극명한 희비교차

중국수입에 의존하는 대두가격은 6개월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랠리를 이어가는 반면, 미국수요에 민감한 옥수수 및 밀가격은 4월6일 이후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

대두값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옥수수와 밀 가격은 급락했다 ";$size="550,328,0";$no="2009041914484704297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상품을 통틀어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옥수수와 밀값이 4월6일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4월6일 저점이후 약세가 둔화된 엔화의 흐름과 함께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현재 글로벌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호전을 보였던 美주택판매지표가 하락전환했고, 4월말 美금융기관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또한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업률, 산업생산, 소매판매, 물가지수 등의 경제지표와 함께, 경기에 민감한 상품가격들의 상승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아직 실물경기가 회복되지는 않았음을 반증한다.

지난 금요일 美소비자신뢰도가 작년 9월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음이 확인됐으나 이를 상품수요회복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따른다.

◆ BDI 상승전환은 눈여겨 볼 부분

3월10일이후 줄곧 하락해온 BDI가 4월8일이후 하락을 멈추고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개별 상품가격 등락보다는 경기 대표성이 있는 BDI의 움직임을 통해 알수있는 것은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극에 달했던 시장 불안감이 작년 11월~ 올해 1월 악몽같은 한해를 보내며 다소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11월 중국이 4조위안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한 주요 국가들의 유동성수혈 랠리에 동참하자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던 BDI조차도 약 1개월간의 급락 조정기간을 거친후 재상승하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온 세계가 나서서 경제를 살리자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살아나긴 하겠으나 한번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단정짓기엔 상처가 깊을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2013~2015년 원자재대란이 올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루비니 교수를 비롯한 닥터둠들이 여전히 "아직 나아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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