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골프장가는 길 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 계절에 골프만 치기엔 너무 억울하다. 본지에서는 그래서 전국의 명문골프장을 섭렵하면서도 인근의 '볼거리'와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골프三매경> 코너를 신설해 이번 주 부터 매주 토요일 연재한다. 그 첫번째 여행길이 '남도 1번지'로 유명한 전남 순천의 파인힐스와 '송광사 벚꽃길'이다.
▲ '서비스로 승부한다' 파인힐스=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수려한 코스는 물론 전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다양한 서비스로 유명한 곳이다. 김헌수 사장의 애칭이 바로 '아이디어뱅크'이다. 여느 골프장과 다르게 여성안내원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이 골프장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로비에서 신문을 보고, 심심하면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로비에서 담배를 피울 수도 있고, 술깨는 약도 준다. 계절별 이벤트는 더욱 다양하다. 설날에는 떡국과 복조리를, 대보름날은 오곡밥과 부럼을준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이, 복날에는 수박이 있다. 가을에는 지역명물인 송광 햇밤을 한아름 주는 '햇밤 존'도 운영하고, 눈쌓인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준다.
도우미는 플레이어에게 전념하라는 의미에서 아예 디봇도 할 수 없게 한다. 해저드 주위에는 뜰채를 비치해 골퍼들이 볼을 건지다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지역특산물 등 '맞춤요리'도 서비스한다. 회원들은 여기에 주기적으로 열리는 각종 콘서트도 즐길 수 있다.
▲ 황홀경에 빠지는 '송광사 벚꽃길'= 일찌감치 라운드가 끝났다면 송광사를 둘러보는 것이 제격이다. 골프장에서 송광사로 가는 5km 거리의 도로에는 특히 양쪽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이 지역은 남도이면서도 내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여 벚꽃의 개화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 벚꽃이 흩날릴 때는 마치 선경의 세계에 온 듯한 황홀경에 빠진다.
송광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리는 곳이다. 지눌과 진각을 비롯해 16국사를 배출했다. 일주문을 거쳐 우화각에 이르면 속세와 인연을 끊고 다리를 건너 불국정토로 향했을 선승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각 전마다 피어오르는 향내음과 은은한 목탁소리를 벗삼아 조용히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속세의 시름이 싹 가신다.
가족나들이라면 낙안읍성을 가보는 것도 좋다. 고려 때 낙안군의 고을터와 조선시대 성과 동헌, 객사, 장터, 초가 등이 원형대로 보전돼 있다. 지금도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어 '전시용'인 용인민속촌과는 차원이 다르다. 툇마루와 토방, 섬돌 위의 장독, 돌담, 절구통 등이 고향마을을 연상케 한다.
▲ 잊을 수 없는 맛 '남도 한정식'= 주암호 근처에는 민물매운탕집이 많고, 송광사 앞에서는 제철 나물을 푸짐하게 넣은 산채비빔밥이 일품이다. 보리밥집도 괜찮다.
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특히 남도한정식이다. 금곡동에 가면 향교가 있고, 그 맞은편으로 '일억조'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의 한정식집이 있다.
20년 전통의 대를 이어 현재는 며느리가 그 솜씨를 전수받았다. 청정해역에서 나오는 해산물과 싱싱한 횟감, 다양한 전통음식들이 한상 가득 채워진다. 음식의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정갈해서 하나하나 모두 입맛을 돋운다. 작은 분수와 연못, 곳곳에 걸려진 오래된 물건들이 옛 향취를 느끼게 해준다. '디카족'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파인힐스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가 나오고, 그 유명한 꼬막을 맛볼 수 있다.
작가 조정래는 꼬막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라고 표현했다. 소설에서는 염상구가 빨치산 강동식의 아내 외서댁을 겁탈한 뒤 그 느낌을 빗대기도 했다.
한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지만 지금도 그런대로 괜찮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벌교 읍내 소화다리 근처에 꼬막집이 즐비한 가운데 외서댁의 이름을 그대로 딴 '외서댁 꼬막나라'가 있다. 메뉴는 꼬막정식 단 하나. 통꼬막과 양념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꼬막의 모든 것이 차려져 있다.
▲ 여행메모= 호남고속도로 주암IC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파인힐스골프장과 송광사 이정표가 보인다. 골프장까지는 불과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아 쉽게 찾을 수 있다. 골프장에서 순천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타는 게 빠르다. 20분정도 소요된다. 벌교로 가기 위해서는 송광사 방향의 국도를 타면 되고 역시 20여분 걸린다. 순천시청 홈페이지(www.suncheon.go.kr)에 관광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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