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28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사 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본격적인 추경 심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새삼 지난해 말 자당이 불참한 가운데 의결된 올해 본예산의 처리 과정에 대한 이한구 위원장 등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여야 의원 간에 거친 설전이 오갔다.
민주당 측 예결특위 간사인 우제창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올해 본예산 처리시 이 위원장이 보인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평소 언론 인터뷰를 통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등을 꼼꼼히 살펴 보겠다고 했는데, 야당의 주장을 무시하고 예산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며 "이 위원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추경안을 심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도 "민주당은 지난번 본예산 심의 때 SOC예산 중 불요불급한 1~2조원을 깎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 지원을 위해 2~3조의 추가 예산을 마련하자고 했다"면서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 본예산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게 아니라 여야 합의로 처리해 집행하고 있다"면서 "당시엔 민주당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고 지금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사철 의원도 "예결특위 소위에 들어와서 회의를 막고 방해한 사람들이 누군지는 동영상으로 다 촬영돼 있다"면서 "야당으로서 자기 주장을 하고 여당을 공격하는 건 좋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함께 담아내기 위해 회의를 여는 것인 만큼 정치적 공방은 그만 하자"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본예산 처리에 대해 여러 의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나로선 최선의 판단이었다. 예결특위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예산을 심의했고 사과할 일이 없다. 상당 부분이 사실무근이고 과장된 얘기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예결위는 예결위의 의사에 따라 예산안을 심의해야지 '뭐든지 원내대표 합의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면서 "(본예산 처리) 당시에도 민주당 혼자 빠졌는데, 이번에도 그런 핑계로 (추경 심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심판 있을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예결특위는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 등 관계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정부 측으로부터 추경안 제안설명을 들은 뒤 오는 21일까지 사흘 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
또 23, 24, 27, 28일 나흘 간 추경안 조정소위를 개최해 심사를 마무리지은 뒤 29일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을 최종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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