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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니가 재즈를 알아? 똑바로 해!"

[아시아경제신문 유윤정·박소연 기자] 작은 재즈 클럽 'Listen to' 오늘 밤, 오픈 5주년 축하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주인공 찰리는 공연을 2시간 앞두고 펑크 낸다.

클럽 주인 '이송'이 안절부절 못하며 공연을 취소할 위기에 놓였을 때 한 여인이 클럽에 들어선다. 그 여인을 본 '이송'은 깜짝 놀라는데, 놀라기는 '유나'도 마찬가지.

1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이지만 기쁨도 잠시, 냉랭한 기운이 돈다.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했던 그녀는 이제 노래하지 않는다. '이송'은 자작곡을 선물할 만큼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했기 때문에 지금 '유나'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때 또 한명의 손님이자, '유나'의 동생인 '해나'가 들어선다. '이송'이 5주년 공연을 '해나'에게 부탁하게 되면서 세 사람의 얽힌 노래가 펼쳐진다. 고등학교 선생님과 제자, 자매간인 이들 세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싱싱싱(SING, SING, SING)은 국내 최초 재즈뮤지컬이다. 단순히 재즈를 뮤지컬 음악에 접목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활동중인 재즈 뮤지션들이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작은 재즈바처럼 꾸며진 무대위 즉흥연주가 관객들을 흥겹고 편안하게 이끌어주며 뮤지컬 배우들보다 재즈 뮤지션들과 코러스걸에 더 눈이 가는 공연이다.


'사랑은 비를타고'(이하 사비타) 시즌2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제작진만 같다 뿐이지 큰 연관성은 없다. '사비타'를 1000회 넘게 연출한 배해일 연출이 옛일을 못잊어 '늦둥이'를 만드는 심정으로 '싱싱싱'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비타'가 형제간의 우애를 그렸다면 '싱싱싱'은 자매간의 갈등과 화해를 이야기한다. 한 재즈클럽을 배경으로 한 남자와 두 자매의 인연이 재즈로 얽히고 또 풀어진다.

박소연: 공연장 분위기가 참 좋았다.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한 느낌이다. 관객 연령층도 좀 높은 듯 했는데 거부감없이 스캣을 따라하고 박수치고 즐겼다.

유윤정: 국내 최초 재즈뮤지컬인데..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에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창작 뮤지컬이 얼마나 기특한 지 모른다.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하하.

박: 재즈 뮤지컬이라는 것에 먼저 태클을 걸어본다. 재즈'맛' 뮤지컬이냐, 재즈'향' 뮤지컬이냐의 문제인데. 솔직히 후자인 것 같다. 재즈는 원래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음악이라고 하지만,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던 곱디 고운 발성에도 재즈'향' 음악은 안어울렸다.

유: 그 부분은 동감이다. '재즈 뮤지컬'이라기 보다 '재즈 분위기가 나는 뮤지컬'을 보고 나온 느낌이다. 뮤지션들은 재즈를 잘 표현해 냈는데, 배우들의 목소리에는 전혀 재즈 느낌이 풍기지 않았다.

박: 극 내용 자체가 좀 더 도발적이고 입체적일 수 있었는데. 점잖은 가족극으로 끝나 아쉽다. 언니를 따돌리고 동생이 오디션을 따낸다는 설정도 솔직히 좀 진부하다.


유: 자매애에 대한 내용인데, 결국 이들이 갈등을 느끼는 요소가 '한 남자에 대한 사랑' 이라는 점에서 지루하다. 물론 그 안에 노래라는 요소도 있긴 하지만 결국 동생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것도 한 남자인 선생님 때문 아닌가.

박: 선생님역의 '전병욱'은 참 친근한 인상이다. 관객들이 재즈바에 온 손님이라고 설정한 뒤, 호응을 유도하다가 다시 극 속으로 들어가고 이런 부분이 쉽지 않았을텐데 자연스럽게 잘 이어갔다.

유: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이 느껴졌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원맨쇼'를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 뻔뻔한 연기를 잘 보여준 것 같다.

박: 언니역의 '문혜영'의 음색은 너무 모범적으로 곱다. 노래를 참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즉흥, 외설, 고통을 담아낼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유: 문혜영의 캐릭터 자체가 모범적인 인물이라서 더 그랬을 것 같다. 동생은 거칠고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이지만 언니는 조그만 일에도 크게 상처받는 인물이다.

박: 동생역의 '유나영'은 반대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목소리, 덜 훈련된 모습이 보이지만 본래 가진 음색은 역할에 어울렸다. 거의 포효한다 (웃음) '드림걸즈'의 '에피'가 생각났다.

유: 하하. 동생은 얄밉다. 언니의 오디션을 빼앗아 가다니..동생이 후회하고 있듯이 언니의 미래를 빼앗아 간 것이나 다름 없다. 동생은 유명한 가수로 대중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고있지만 언니는 평생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내 동생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하.

박: 이번 뮤지컬은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새로 개발한 재즈향 소스를 바른다고 유통기한 지난 드라마가 맛있어지지 않는다.

유: 동감이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진다면 더 멋진 창작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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